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회장단 양오봉 전북대 총장, 이해우 동아대 총장,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종태 이사장 등과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회장단 양오봉 전북대 총장, 이해우 동아대 총장,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종태 이사장 등과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1년여동안 이어진 의정갈등에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의대생들이 3월 내에 전원 복귀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긴 했지만,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지난해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전격 수용키로 한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에서 의대 총장·학장단이 건의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조정하는 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앞서 40개 의대 학장 협의체인 의대협회는 지난달 17일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수용할 경우 의대생을 반드시 복귀시키겠다'는 취지의 건의문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모임인 의총협도 지난 5일 온라인 회의에서 의대협회와 뜻을 같이하기로 결정하고,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대학의 장이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 부총리는 "3월 말까지 학생들의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모집인원에 대해 의총협 건의에 따른 총장의 자율적 의사를 존중한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다만 "3월 말까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는 경우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2024학년도 정원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은 철회되고, 입학정원은 당연히 5058명으로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이달 안에 의대생들이 돌아온다면 그 이후 각 대학은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총 3058명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밟는다. 대학 입시요강은 사전예고제에 따라 2년 전 발표하지만 수정사항이 있을 경우 전년도 4월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변경 신청할 수 있다. 이날 교육부는 24·25학번을 합해 최대 7500명에 이르는 1학년 교육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해 의대협회가 제안한 시나리오도 공개됐다. 이 시나리오는 24·25학번 동일 교육과정 운영 후 동시 졸업(모델1), 24학번 1∼2학년 과정 재설계를 통한 순차 졸업(모델2), 1학년 1학기를 이수한 24학번 대상 올해 1학기 바로 복학 후 순차 졸업(모델3), 24학번 4∼6학년 과정 재설계를 통한 순차 졸업(모델4) 등 네가지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은 우리 사회에 큰 후유증을 남겼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은 옳다. 하지만 정책이 옳다고 해서 꼭 좋은 건 아니다. 실제 실행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의료계와 소통하면서 신중히 실행해도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없었던 것을 윤 정부는 막무가내로 2000명 증원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의료계와 전공의, 의대생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응급의료체제에 비상이 걸리고 의료시스템이 흔들릴 지경이 됐다. 의사수련체제가 망가지고,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과를 기피하면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들을 얼마나 배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일방적으로 증원 반대만 외쳐온 의사단체와 학생들에게도 문제가 적지 않다. 국민, 정부와의 소통 노력을 통해 조금씩 양보하고 갈등을 해결하려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의대 정원 원점 회귀는 정부가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의료계의 집단 이기주의와 고집에 정부가 '백기투항'한 것 아닌가라는 비판도 거세다. 이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의료현장과 학교로 돌아가 다시 본연을 길을 걷는 게 도리다. 특히 무엇보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은 세밀한 액션플랜 없이 의료 개혁을 밀어붙였다가 의료시스템에 생채기만 남긴채 원점으로 회귀한 데 대해 사과하고 책임질 건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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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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