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명동 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썰렁한 명동 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기업인들의 대부분이 올해 우리 경제가 위기를 겪을 것으로 내다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 경제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하루가 멀다하고 낮추는 추세다. 특단의 각오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아직도 추경 타령만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월 국내 50인 이상 기업 50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9%가 '올해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이가운데 22.8%는 경제위기가 1997년 외환위기때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나머지 74.1%는 '1997년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위기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최근 국내 정치 불안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복수 응답)으로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47.2%),'소비 심리 위축 및 내수 부진 심화'(37.8%),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 심리 위축'(26%) 순이었다.올해 기업 규제 환경에 대해서는 34.5%가 작년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슷할 것'은 57.4%였으며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8.1%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제를 향한 글로벌 IB들의 눈높이는 더 낮아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6%로 집계됐다. 한달새 0.1%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8%에서 1.5%로, 씨티가 1.4%에서 1.2%로, 노무라가 1.7%에서 1.5%로 각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평균이 떨어졌다. 영국 연구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1.0%, JP모건과 씨티는 각 1.2%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인들과 IB들의 우울한 전망은 소비와 투자, 수출, 정부 재정지출 등 성장을 이끄는 전 부문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으며,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업 또한 휘청거리고 있다. 대한상의는 정치 불안으로 인한 경제정책 불확실성으로 올해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수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자비한 관세전쟁으로 인해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이런 총체적 난국속에서 정국을 주도하는 거야(巨野)는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노조 측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드는 노란봉투법을 언제라도 다시 꺼내들 태세다. 서리가 잦으면 얼음이 언다고 했다. 위기의 징후가 뚜렷한데 정부와 정치권은 안이하다. 재정적자가 쌓여가고 있는데도 20조~30조원 규모의 추경만 하면 모든 게 풀릴 듯 행동한다. 벌써부터 조기 대선을 겨냥한 포플리즘성 공약도 쏟아진다. 허리띠를 졸라매자거나 혁신을 부르짖는 지도자는 아무도 없다. 이러니 애가 타는 기업인들만 발을 동동 구르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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