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와 보수·진보를 막론한 정치 원로들이 거리로 나섰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개헌을 통한 정치개혁이 불가피하다며 5일 개헌 서명 운동에 나선 것이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헌법개정 범국민 결의대회와 서명운동 발대식을 열고 결의문을 발표했다. 헌정회는 결의문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하고 권력을 분산해 정치적 다원주의와 더불어 합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헌법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지역 대표형 상원제 등 지방분권 개헌 추진, 헌법개정 국민발안제 도입, 범국민 서명운동 전개 등을 결의했다. 발대식에는 정대철 헌정회장과 이낙연·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무성·황우여 전 대표 등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 회원들도 함께 했다. 국민의힘 개헌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주호영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 국회부의장,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나라가 풍전등화 위기에 놓여있다. 이 난국 앞에 지붕이나 서까래 정도 고쳐서 되겠느냐"며 "주춧돌을 다시 놓고 기둥과 대들보를 다시 세우는 새로운 대공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시대에 맞지 않는 잘못된 헌법 때문에 정치가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좋은 헌법을 만들어 나라를 구하자"며 "개헌을 통해 87년 체제를 청산하고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정회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개헌 서명 운동도 시작했다.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 부산, 충청 등 전국을 돌며 1000만명 서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헌법개정국민행동, 지방분권전국회의, 헌법개정여성연대 등 7개 시민단체도 서명 운동에 참여한다.
개헌을 통한 정치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여야의 잠재 대권주자들도 앞다퉈 개헌을 주창하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 구상과 시기 등 각론에서는 조금씩 다르지만,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다.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동시에, 이를 위해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줄이자는 '이행 시간표'도 제시했다. 김부겸 전 총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민주당의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들 역시 개헌론을 들고나왔다. 김 지사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두관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에게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개헌의 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쥐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내란 극복이 먼저"라는 명분을 앞세워 개헌 논의에 거리를 두고 있다. 개헌에 찬성할 경우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개헌으로 쏠려, 조기 대선을 통한 집권 플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헌법이 개정된 것은 1987년이다. 정치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도 이를 담아내지 못했다. 대통령과 거대 야당의 비대한 권한 제한, 정부와 국회 간 적절한 견제와 균형 방안, 민의를 비례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구제 개편 등이 해결과제로 꼽힌다. 그동안 여러차례 개헌 논의가 있었으나 38년동안 실행되지 못했다.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야권 지지율에도 못미치는 것은 권력욕이 지나치고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일각의 시각 때문이다. 이 대표가 진정으로 국익과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이라면 개헌 요구에 응해 이번 기회에 정치개혁을 이뤄야 한다. 그게 이 대표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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