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성 미하일 대성당에서 열린 자원병 전사군인 볼로디미르 라코프의 고별식에서 유족들이 애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유명한 무용가이자 안무가였습니다. AP 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성 미하일 대성당에서 열린 자원병 전사군인 볼로디미르 라코프의 고별식에서 유족들이 애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유명한 무용가이자 안무가였습니다. 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고 군사 원조까지 중단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무가내 행태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등 우크라이나 내부 결속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하자 우크라이나에서 강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올렉산드르 메레즈크 의회 외교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누가봐도 이건 정말 안 좋은 상황"이라며 "이건 그(트럼프)가 우리에게 항복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지금 원조를 중단하는 건 푸틴을 돕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싸우는 익명의 한 우크라이나 군인도 AP 통신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 시각으로 이날 오전 3시 3분을 기해 미국의 모든 원조물자 수송이 중단됐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a good-faith commitment to peace)을 입증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 제공 중인 모든 군사원조를 중단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와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언쟁'을 촉발한 요인 중 하나로 옷차림이 지목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서 이를 풍자하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지난 2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12장의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사진에는 '우크라이나인에게는 우리만의 정장이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군장을 착용한 군인들, 피 묻은 수술복을 입은 의사, 폭격 현장에서 시민을 꺼내는 구조대와 소방관 등이 담겼습니다. 군복을 입고 여군과 악수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다리를 절단해 의족을 착용한 채 우크라이나 전통 복장을 하고 패션쇼 무대를 걷는 우크라이나인의 모습도 있습니다.

이 게시물이 광범위하게 공유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한 마디씩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전투기 지원을 받지 못해 구소련 시절 미그-29 전투기를 몰다가 전사한 공군 조종사의 아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인들이 모두 양복을 입는다면 러시아가 살인을 멈추느냐"는 피켓을 든 사진을 올렸습니다. 코미디언 안톤 티모셴코는 X에 바짓단 아래로 정강이 피부가 드러나 보이는 J.D.밴스 미국 부통령의 사진을 공유하며 "이런 자들이 정장을 논하고 있다"고 비꼬았습니다.

이러는 사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습니다. 지지율을 보면 확인됩니다. 우크라이나 여론조사기관 '레이팅'이 지난달 20∼21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은 65%로 집계됐습니다. 개전 초 90%가 넘는 수준이었다가 전쟁 장기화로 완만한 하락세를 그리던 지지율이 전월 대비 8%포인트나 뛰어오른 것이죠.

해당 조사가 이뤄진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제공한 군사원조의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 지분 50%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며 맹비난한 직후였습니다. 사진사인 블라디슬라우 무시옌코는 "트럼프는 우리 모두에게 굴욕감을 주길 원한다"면서 "나는 (지난 선거에서) 젤렌스키에게 투표하지 않았지만 이 광경을 보고 대통령을 더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주요 정적들마저 젤렌스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2019년 대선에서 '반부패'를 내세운 젤렌스키에 패해 재선에 실패했고, 이후에도 갈등을 빚었던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사람들은 내가 젤렌스키를 비판하길 기다리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지금 필요로 하는 건 단결뿐이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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