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은혁 임명보류' 권한쟁의 선고에 헌법재판관들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은혁 임명보류' 권한쟁의 선고에 헌법재판관들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27일 헌재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우 의장 측 청구를 인용했다. 헌재는 "국회가 가진 재판관 3명의 선출권은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것"이라며 "대통령이 임의로 임명을 거부하거나 선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의 판단에 따라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부작위'는 헌법에 의해 부여된 국회의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거라는 판단인 것이다. 이날 헌재가 국회의 심판 청구를 받아들임에 따라, 최 권한대행에게는 마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의무가 생겼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각적으로 임명할지 안 할지는 두고 봐야하겠지만 문제는 헌재가 '선입선출'이라는 일반적 기준에서 벗어나 사건을 처리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의결정족수' 판단만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 사건은 두 달이 넘도록 질질 끌고 있는 반면, 마 후보자 사건은 두 달이 채 지나기 전에 처리해버림으로써 편향성 논란이 거세지는 상황인 것이다. 이미 헌재가 내놓은 판단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대통령 탄핵 심판의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꼼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헌재가 다수당의 의회독재를 용인한 꼴"이라며 강하게 유감을 표했다.

사법부의 공정성은 법치주의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헌재는 특정 사건을 먼저 처리해 형평성 논란을 자초했다. 더구나 사법부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례는 불필요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한 총리보다 마 후보자를 먼저 챙기면서 헌재는 '편파'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헌재는 이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만약 이번 결정이 정당한 법적 기준에 따른 것이라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반대로,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것이라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사법부가 흔들리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헌재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더욱 신중하고 투명하게 사건들을 다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헌법수호 기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