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다음달 중순쯤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야가 조기대선 현실화 가능성에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거대 양당이 모두 차기 대선의 최대 격전지를 '중도·보수'로 두고 감세 법안 등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진보 진영의 시민단체와 군소야당이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각종 세법 개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상속세다. 양당 모두 상속세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속세 개편은 지난해 기재부가 추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최근 민주당에서 상속세 개편 필요성을 주장하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기재부의 기존 안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공제 금액을 현행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최근 민주당이 내놓은 안건은 일괄공제를 8억원까지, 배우자공제를 10억원까지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기재부가 기존에 주장했던 최고세율 인하 등은 제외했다. 반면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최고세율 인하가 중요하다면 이를 제외하고 상속세 개편을 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고세율 인하가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세법 개정은 중도층을 위한 것이지 초부자층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최근 소득세법에 대한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직속 기구인 '월급방위대' 특위는 최근 직장인들의 식대 비과세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직장인 식대 현실화법' 추진 정책협약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기업 법인세를 대상으로 하는 세제 혜택도 추진 중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주의 통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생산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여당의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가업상속공제 확대도 모두 기업을 위한 세제 혜택이다.
다만 이같은 거대 양당의 감세 전략에 대해 진보 진영 시민사회와 군소 야당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나라 재정이 바닥난 상황에서 양당이 오로지 차기 정권을 잡기 위한 감세 경쟁만을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4개 야당은 시민단체와 함께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 양당의 감세 경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2년 연속 세수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올해도 세수 부족 사태가 예상되는 국가재정 위기 상황인데, 지금 시점에서 감세라는 말을 꺼낸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며 "양당의 무책임한 감세 정책으로 나라 재정이 파탄나고 서민들의 삶까지 파탄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국회에 조세개혁특위 구성결의안을 발의했다. 저출생 등으로 인한 사회구조적 변화로 인해 재정수입은 줄어들고 지출을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국가적 상황을 반영해 중장기적인 조세개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게 해당 결의안의 취지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정책위의장은 "정치권에서는 늘 경제성장을 이야기하지만 재정기반을 확충하는 데에는 소극적"이라며 "도입된 세금을 폐지하고 세부담을 낮추는 데에만 열중한다. 대중인기 영합주의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월급방위대 주최로 열린 '직장인 식대 현실화법' 추진 정책협약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