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직원들이 가족 채용을 청탁하거나 면접 점수를 조작하는 등 800건이 넘는 채용 관련 규정 위반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7일 7개 시도선관위의 가족·친척 채용 청탁, 면접 점수 조작, 인사 관련 증거 서류 조작·은폐 등의 비위를 골자로 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채용 비리에 연루된 선관위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 선관위에 징계를 요구하거나 비위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선관위 특혜 채용은 주로 국가공무원을 지방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경력경쟁채용(경채) 과정에서 발생했다. 감사원이 2013년 이후 시행된 경채 291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모든 회차에 걸쳐 총 878건의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 고위직·중간 간부들은 인사 담당자에게 거리낌없이 채용을 청탁하고, 선관위 인사 담당자들은 다양한 위법·편법적 방법으로 청탁자의 가족을 합격시켰다.
시험 위원을 내부위원으로만 구성하거나 결격사유가 있는 응시자를 합격하도록 유도하는 등 채용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면접시험에서 사후 수정할 수 있도록 연필로 점수를 작성하는 등 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 특정인의 채용을 위해 법령상 전출동의 요건을 자의적·차별적으로 적용하거나 전출동의 요건을 무시한 채 채용을 강행한 사례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장관급)은 2019년 아들이 인천 강화군선관위에 8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부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봉섭 전 사무차장(차관급)은 2018년 충북선관위 담당자에게 전화해 당시 충남 보령시청에서 근무 중이던 딸을 충북 단양군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특혜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선관위는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에 답변을 제출하고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감사원 감사를 수감했지만 이 과정에서 비리 관련자들이 감사 과정에서 자료를 파기하거나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등 증거 인멸과 사실 은폐를 시도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채용 외 조직·인사관리 분야에서도 방만한 경영 실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가 시도선관위 6년, 산하위원회 3년이며 정년은 60세로 신분보장이 돼 있음에도 법적 근거 없이 선관위법 시행규칙 등으로 상임위원의 임기를 2년까지 줄였다. 또 상임위원의 자격을 내부 직원으로만 제한해 20개 상임위원을 모두 선관이 직원으로 지명했다.
이외에도 고위직 늘리기를 위한 방만한 인사 운영과 편법적 조직 운영, '셀프결재'를 이용한 무단결근과 허위병가 등 심각한 복무관리 부실, 재외선거관 선발·보직관리 소홀 등을 포함해 총 37건의 위법·부당 사항과 제도 개선 필요 사항을 적발했다.
한편 이번 감사보고서는 지난해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감찰에 반발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선고 기일이 이날로 잡힘에 따라 애초 계획보다 이틀 앞당겨 공개가 의결되고 전날 헌재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해당 권한쟁의 사건에서 헌법재판관 8인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감사원이 선관위에 실시한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은 중앙선관위에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히며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