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지난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사실상 금지된 ELS 판매가 오는 9월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전액 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난도 상품판매 관련 규정을 손질한다. 은행은 판매점포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내부통제 등 불완전판매 방지책도 강화해야 한다. 규정에 맞춰 자체 점검을 마친 은행부터 판매가 시작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홍콩 ELS 사태'는 2023년 홍콩 H지수가 2년여 만에 반토막 나면서 발생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져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ELS 특성상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성향과 맞지 않는 상품을 권유하는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가 적발되며 논란이 확대됐다.

직원들의 상품판매 실적을 성과에 포함시키고, 일정 실적을 강요하는 '밀어내기식' 판매 관행 등으로 예금을 맡기려고 은행을 방문한 노인에게 위험 상품을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속여 권유한 사실이 드러나며 금융당국이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대규모 손실사태 이후 판매사 현장검사를 실시한 금융당국은 은행 점포 대부분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과 일반 원금보장 상품의 판매 창구를 구분하지 않고, 판매실적이 강조되는 관행이 지속되며 고난도 상품의 위험성이 금융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등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ELS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은행 점포를 현재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기존 모든 은행 점포에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충분한 소비자 보호장치를 갖춘 '거점점포'에서만 ELS를 판매할 수 있다. 거점점포는 일정 지역 내에서 영업활동의 중심 또는 근거지가 되는 영업점이다.

거점점포에는 ELS 판매를 위해 별도 출입문을 설치하거나, 층을 분리해 영업점 내 다른 장소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판매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또 관련 교육을 이수하거나 자격증을 보유하고, 3년 이상의 판매경력을 갖춘 전담 판매직원만 ELS를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작년 말 기준 은행 점포는 3900개 내외인데, 그 중 5~10% 정도 수준이 거점점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고난도 공모펀드와 같은 기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판매채널도 개선했다. 일반점포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원금보장상품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창구 칸막이와 같은 식별장치를 마련하도록 했다. 기타 고난도 상품은 ELS와 달리 구조를 이해하기 쉬워 판매 점포를 제한하지 않았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실적을 강요하는 기존 판매 관행도 고쳤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소개영업 실적은 은행 성과보상체계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고, 성과보상체계가 단기 실적보다 고객 이익을 우선하게 재설계 하도록 했다.

또 소비자보호 원칙을 마련한 뒤 이를 내부통제기준에 반영해 관리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했다. 적합성, 적정성 평가도 6개의 투자자 필수확인정보를 모두 고려토록 하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점수 방식과 추출방식을 균형있게 활용하도록 해 소비자 성향에 적합한 상품 판매가 이뤄지도록 개선했다.

소비자가 성향과 맞지 않는 상품에 가입하길 원할 때에는 부적합 상품임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부적정 판단 보고서'를 개선하고, 금융회사가 투자를 권유하지 않았다는 증빙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향후 판매사의 운영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미스터리 쇼핑 표본을 확대하는 등 사후관리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등이 적발된 판매사에 대한 처벌도 대폭 상향한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기존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과징금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 개선방안 중 즉시 추진이 가능한 과제는 조속히 실행하고, 법률 감독규정과 모범규준 개정도 9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당국이 판매 제한을 명시한 적은 없지만, 현재 사실상 금지돼 있는 은행의 ELS 판매는 9월 이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판매의 경우 일반적인 절차는 동일하게 적용되고, 상품설명서 설명 때 영상통화가 추가된다.



김 부위원장은 "9월 이후 자체 점검이 완료된 은행부터 ELS 상품 판매가 재개될 것"이라며 "대면 판매재개 시점에 맞춰 온라인 판매 재개도 검토된다"고 설명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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