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정치적 불확실성 확산
美 보호무역에 수출 타격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속 내려잡고 있다. 이번엔 1.5%까지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그만큼 현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계엄사태 후 정치적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미국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으로 수출이 불안해진 것이 주요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5% 이상 성장하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정책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1.9%)보다 0.4%포인트(p) 낮춘 것이다. 지난 2022년 11월 2023년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p 낮춘 이후 처음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시기 당시 0.3%p 하락보다 폭이 더 크다.

올해 성장률은 2023년 11월과 작년 2월에 2.3%로 전망된 후 2.1%(2024년 5·8월), 1.9%(2024년 11월)에 이어 또다시 낮아졌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 시 참고했던 전망치인 1.6~1.7%의 하단을 밑돌았다.

한은은 비상계엄 사태 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주요 변수로 판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기조 아래 추진 중인 주요 교역국 상대 관세 인상 영향도 비중 있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계엄 사태 영향(-0.2%p)을 반영해 성장률을 1.6~1.7% 수준으로 판단했다고 같은 달 20일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이 총재는 성장률을 0.2%p 높이려면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경이 추진되면 성장률은 1.7%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이상은 부작용이 크다"고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이 집행되면 (한은 예측대로) 1.7%까지 성장률이 오를 수 있지만 안오를 수도 있다. 오히려 1.5%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 타이밍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기업들은 트럼프 무역정책 등에 따라 대체 수출시장 확보 혹은 생산기지 이전 등으로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고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올해 거시경제 여건 상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 1.5%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기 방어에 나선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 연 3.00%에서 연 2.75%로 0.25%p 내렸다.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 결정이다. 지난달 금리를 동결했다가 다시 인하로 돌아선 것은 내수 부양과 수출 타격을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 1.8%를 유지했다.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은 각각 1.9%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내년에도 통상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되면서 올해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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