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서 최후진술한 첫 대통령
외교안보 외 내정 총리에 일임
87체제 개혁 "국민통합 매진"
최종선고 2주후 3월중순 유력

지난 2월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사태 계기 대통령 탄핵심판 제10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지난 2월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사태 계기 대통령 탄핵심판 제10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탄핵심판 최후 진술에서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에 집중할 것"이라며 "잔여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을 겪으며 '87체제' 권력구조의 문제점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그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최후 진술에서 계엄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2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게 있는가"라며 위헌적 요소를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A4 용지 77쪽 분량의 진술을 직접 작성했다. 현직 대통령의 최후 진술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앞서 탄핵 심판에 나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들은 헌재에 출석하지 않고 대리인단이 최후 진술을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은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며 "이 나라가 지금 망국적 위기 상황에 처해있음을 선언하는 것이고,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데 함께 나서 달라는 절박한 호소"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처음부터 저는 국방부 장관에게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부연했다.

다만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며 "정말 그런 생각이었다면, 고작 280명의 실무장도 하지 않은 병력만 투입하도록 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고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거대 야당의 주장은,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인 선동 공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일으킨 원인을 민주당의 예산 삭감과 탄핵 등을 들었다. 특히 검사 탄핵에 대해선 "(이재명) 대표의 범죄를 심판할 판사들까지 압박하기 위한 '방탄 탄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정선거' 의혹도 계엄선포 이유로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소송에서 드러난 다량의 가짜 부정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과학적 논거 등에 비춰,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에 집중하고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안보 외에 내정은 총리에게 일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책임총리제 시행을 의미한다.

헌재는 이날 변론을 끝으로 재판관 8명 전원이 참여하는 평의(사건의 쟁점 등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는 회의)를 통해 탄핵 인용 또는 기각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주심 재판관인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평의와 평결을 토대로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게 된다.

헌재 선고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최종 변론기일부터 선고까지 각각 11일, 14일이 걸렸다. 윤 대통령 역시 전례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늦어도 3월 13일 전후에는 선고가 나온다는 게 법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두 전 대통령의 선고가 금요일에 나왔던 선례를 볼 때, 14일에 나온다는 의견도 있다. 탄핵 표결에서 8명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탄핵소추 인용 의견을 내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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