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논설실장
국제 금값이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연말 트로이온스(약 31.10g)당 3100달러에 이를 것(골드만삭스)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골드바 1돈(3.75g) 가격이 60만원을 넘어섰다. 심지어 국내에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일부 업체가 골드바 판매를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급등한 금값은 올들어서도 7주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다. 작년말 런던거래소 기준 온스당 2600달러 초반에서 등락했던 금 가격은 연초 이후 11% 넘게 상승해 현재 29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왜 금값이 이처럼 치솟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 사더라도 괜찮을까? 인류의 오랜 가치저장과 지불수단인 금은 미국 달러화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전쟁이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에 따른 돈의 가치 하락에 대비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금값은 불확실성이 확대되거나, 인플레 우려가 있을때 수요가 늘어 대체로 강세를 띠게 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24년 금 가격 속등은 크게 두차례 있었다. 첫번째가 2024년 3~5월이며, 두번째가 7~10월이었다. 각각 14%, 18% 상승했다. 코로나 이전까지 금 가격은 실질금리와 높은 역의 상관관계를 유지했다. 인플레 헤지 목적으로 보유하는 금은 이자가 없어 시장금리가 기회비용이다. 따라서 실질금리가 상승할때 금은 약세, 실질금리가 하락할때 금은 강세를 보인다. 달러화 역시 금 가격의 변수다. 금을 비롯한 원자재는 달러화로 거래될 뿐 아니라 가치 저장수단으로 금이 화폐 가치를 일부 대신한다. 그래서 달러가 약세일때 금은 강세, 달러가 강세일때 금은 약세를 보여왔다. 그런데 현재의 금 가격 강세는 이런 전통적 관점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최근 금값 강세의 이유는 첫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헤지 수요 유입이 늘었다. 이는 골드바와 금 주화 수요 폭증으로 이어졌다. 2016~2019년 골드바 및 주화 금 수요는 연평균 255t이었으나, 2022~2024년 300t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중앙은행이 가세했다. 2022년 이후 금 수요는 지난 10년 평균을 상회한다. 중앙은행 매입과 골드바 및 주화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민간은 골드바 및 금융상품을 통한 투자 수요 증대에도 귀금속 수요 부진으로 금 수요가 미약하다. 반면 공공은 추세적으로 금 수요가 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은 2022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6~2019년 연평균 127t에 불과했던 중앙은행 순매입은 2022년 270t, 2023년 263t, 2024년 261t으로 두배 넘게 늘었다. 2016~19년 평균 대비 2022~24년 평균 수요 증감폭 변화를 살펴보면 중앙은행(+137t), 골드바 및 주화(45t)만 늘었으며 금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한 수요가 110t 줄어든 것을 비롯, OTC(장외거래) 투자 및 주식(-26t), 귀금속(-12t) 등 여타 부문은 줄었다. 금 매수 주체가 ETF 및 귀금속에서 중앙은행과 골드바 및 주화로 이동한 것이다.

2008~2021년 중앙은행 금 보유 순증 규모는 1억7700만 온스다. 러시아(32%), 중국(24%), 터키(10%), 인도(7%), 카자흐스탄(6%)이 80%를 차지한다. 러시아만 2008~2019년까지 꾸준히 금 보유량을 늘렸을 뿐 중국과 터키, 인도, 카자흐스탄 등 나머지 주요 금 매입국은 단발성으로 금 매수를 늘려 추세적 금 매수에 대한 기대를 자극하기엔 부족했다. 2021년 이후 중앙은행 금 보유 순증 규모는 2200만온스다. 국가별 보유증감을 살펴보면 중국(46%), 폴란드(31%), 인도(18%), 터키(14%), 카타르(8%), 이집트(7%), 체코(6%), 러시아(5%), 리비아(4%) 등 보유 비중이 2%포인트 이상 확대된 국가가 이전보다 늘었으며 금 매입 상위국의 매수세가 확대됐다. 특히 단발성에 그쳤던 금 매수세가 2022년을 기점으로 추세적이 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 보유 규모를 늘린 국가들은 미국과 군사적·외교적 동맹 관계가 약하거나, 지정학 긴장감이 고조되거나 추후 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국가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이들 국가는 실물거래 및 금융거래를 통해 외화 순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가 견조한 인도의 경우 코로나 이후에도 꾸준히 금 보유 규모를 늘렸으며 중국과 폴란드, 체코, 카타르 등은 선진국 긴축 충격이 완화되기 시작한 2023년부터 금 보유를 확대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부각된 정책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금 투기적 순매수는 현재 단기 정점을 지난 상태다. 투기적 순매수는 작년 11월 미 대선 직전 단기 고점을 기록했다. 정책 불확실성이 추가로 커지지 않는 한 금 매수의 추세적 확대는 미미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중앙은행 주도 금 가격의 추세적 상승 유효하다.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20년대 이후 금 매입 상위국 11개국의 외환보유액 내 금 보유 비중을 살펴보면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탄, 터키 등은 선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해 금 보유 여력이 제한된다. 하지만 최근 금 매입 속도가 가파른 폴란드, 인도, 중국 등은 외환보유액 내 금 보유 비중을 확대할 여력이 충분하다.

세계 경제 및 금융 질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한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가 지속되는 한 금 가격의 우상향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금 가격이 5~10%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올해말 온스당 33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금 모형가격과 실제 가격 간 괴리율이 장기 추세를 상회하는 오버슈팅(과매수) 구간에 진입했다. 현재 금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요인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중국 경기 불안 등이 훼손될 경우 기간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2023년 4분기와 2024년 3분기에 금 가격은 단기 상승을 경험한 후 2~3개월 간 기간 조정을 거치며 괴리율을 해소했다. 하건형 연구원은 "단기 차익을 위한 금 보유보다 포트폴리오 위험 분산 및 중장기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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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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