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 연합뉴스


시험 문제를 사고파는 행태가 드러났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공립·사립학교 교원 249명은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약 6년간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무려 212억9000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사교육 업체와 '문항 거래'를 통해 1인당 평균 8500만원의 수입을 거뒀다. 서울·경기 지역이 198억8000만원으로 전체 거래 규모의 93.4%에 달했다. 서울의 경우 대치동, 목동 등 대형 사교육 업체가 집중된 지역에서 거래가 많았다. 사교육 업체와 교원들은 문항 유형과 난이도별 단가 등을 정해 주로 구두 계약을 체결했고, 업체와 교원은 일대일·조직적 형태로 규모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 업체들은 자신들이 수능과 가장 유사한 문제를 제공한다고 홍보한다. 학부모들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그런 강좌를 찾는다. 그런데 이 문제들이 어디서 나오는가. 이번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일부 교원들은 사교육 시장과 결탁해 문제를 팔아넘기고 있었다. 결국 돈이 실력이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성실하게 공교육만 믿고 공부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시험 문제마저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현실에서 기회의 평등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대다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공정을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모의고사든 수능이든 '시험'은 우리 사회에서 '공정의 상징'이다. 하지만 '문항 장사' 실태는 이런 믿음에 배신감을 안겨준다. 혹시나 했는데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6년 동안 이런 일이 지속됐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현실에서 청년들이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사교육 카르텔이 뿌리 뽑히지 않는 한, 공정한 수능은 요원하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사교육 업체와 교원 간의 유착을 철저히 조사해 부정이 드러나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말뿐인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한다. 그렇지 못하면 '공정한 시험'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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