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원이 소위원장이 반도체법, 에너지 3법 등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이날 에너지 3법은 소위를 통과했으나 반도체법은 통과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원이 소위원장이 반도체법, 에너지 3법 등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이날 에너지 3법은 소위를 통과했으나 반도체법은 통과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반도체 특별법이 여야 간 이견으로 국회 소위를 넘지 못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을 담은 특별법은 대한민국을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재편 와중에 꼭 필요한 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야는 법 제정 불발 이유로 '네탓'만을 한채 여전히 정쟁 중이다. 민생과 일자리 확충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우리 국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여야는 지난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반도체법에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을 포함할지 여부를 두고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법에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지원 등 합의된 내용만 포함해 통과시키자고 맞섰다. 이에 따라 결국 이날 반도체법 소위 통과는 불발됐으며, 산업위는 추후 소위를 다시 열고 반도체법을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여야는 18일 반도체법의 소위 처리 무산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절실한 요청을 묵살해버렸다"며 "육상선수 발목에 족쇄를 채워놓고 열심히 뛰라고 응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강성 귀족 노조의 눈치를 보는 사람, 말로만 우클릭하고 '도로 좌클릭'하는 사람이 누구겠는가"라며 "'거짓말 네이티브 스피커' 이재명 대표의 말을 믿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의 반대로 불발된 것"이라며 "'주 52시간 예외 조항' 없이는 어떤 것도 합의할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몽니로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산업의 경쟁력이 발목 잡히고 말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위기에 놓인 반도체산업과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이견 없는 부분부터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법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미국·중국 등처럼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근거를 담고,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를 두는 조항이 핵심이다. 이가운데 52시간제 예외가 쟁점인 것이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미국 엔비디아는 고강도 근무 문화로 이름이 높다. 파운드리 시장 절대 강자인 대만 TSMC 역시 주 70시간 이상 일한다. 미국 일본 등 경쟁국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제도를 운영한다. 일정 수준 이상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직 종사자에 대해 근로시간이 아닌 성과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불하는 제도다. 경쟁국이 운영하는 제도를 우리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반도체법에 예외조항을 신설할 경우 다른 전략 산업 분야도 같은 요구를 할 수 있고, 이는 결국 근로기준법상 주52시간 규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허나 이는 지나친 걱정이다. 고액 연봉자의 근로시간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는 노사 양측의 합의에 맡기는 게 옳다. 경쟁국의 연구실은 밤에도 불이 훤한데 한국만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면 초격차를 결코 유지할 수 없다. 게다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무서울 정도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반도체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국회와 정부는 오는 20일 예정된 국정협의회에서 꼭 반도체법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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