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논설실장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과 본인의 선거법 위반 2심 재판이 다가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마음은 초조할 것이다. 비상계엄이라는 윤 대통령의 '헛발질'과, 굳건한 콘크리트 지지층에 힘입어 대통령 자리는 따논 당상쯤으로 여겼는데 상황이 갈수록 '요상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과 정권 유지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40% 안팎으로 치솟았으니, 이 대표로선 기가 차다고 느낄 수 밖에. 게다가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등을 달리고 있지만, 비호감도에서도 1~2위다. 왜 이렇게 '안티'가 많을까?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회 절대 다수당을 이끄는 당수로서 29차례의 무차별 탄핵과 23차례의 특검 발의, 정부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38차례의 악법 입법 시도, 정부 기능의 정상적 수행조차 방해하는 예산안 일방 통과 그리고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개최 등 '여의도 대통령'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점은 물론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큰 이유는 적지 않은 국민들이 그를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여기는데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진행 중인 5건의 재판은 물론 정책에서도 이 대표는 신뢰를 얻을 만큼 정직하지 못했다.

말이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건 이 대표엔 일상사다. 지난 3일 열린 반도체특별법 토론회에서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면,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라며 근로시간 유연화를 사실상 수용하는 듯 말했지만, 불과 사흘 뒤 '주 52시간제 예외' 논의는 아무 이유 없이 중단되고 말았다.

10일 교섭단체 연설에선 "추경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며 1인당 25만원씩 현금(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포기를 시사했으나 역시 사흘 만에 뒤집었다. 13일 민주당이 공개한 무려 35조원 규모 추경안에는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 예산으로 13조원이 포함됐다. 국민에게 공짜로 퍼주는 기본 사회를 줄기차게 주장해오다 갑자기 이를 포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외교·안보 분야는 이보다 더하다. 이 대표가 이끄는 거야(巨野)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북·중·러 적대시', '일본 중심 외교' 등을 사유로 넣고, 윤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친일 정권'이라 비난하더니 요즘엔 그 자신이 '친미'와 '친일'에 앞장서는 제스처를 취한다. 주한미군 철수도 고려할 수 있다고 하다가 국회 연설에선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주한 일본대사를 만난 자리에선 "일본의 침략이나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에 많은 적대감을 가지고 자랐지만, 일본을 방문하며 생각이 바뀌었다"고도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것도 거짓말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알았으면서도 몰랐다고 말하고, 국정감사장에서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 조정했다"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2심을 앞두고 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에서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기억의 문제로 처벌받을 수 없다"며 아예 선거법 자체를 고치려는 행태 또한 서슴지 않는다. 허위사실 공표외에 위증교사 재판도 진행 중이다.

그의 분신이라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 대표의 2021년 대선 후보 예비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6억7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5년에 벌금 7000만원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판결문에는 '이재명'이란 단어가 총 130회, '경선자금'은 28회나 적시됐다.

이 대표는 예전에 특유의 웃음을 지으면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한 적이 있다. 인터넷 공간에선 이를 빗대 "우클릭한다고 하니까 진짜로 우클릭하는 줄 알더라", "한미동맹 강화하자고 하니까 진짜 강화하는 줄 알더라", "정치 보복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진짜 안 하는 줄 알더라"라는 패러디가 넘친다. 이러니 "이재명만은 절대 안된다"는 콘크리트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무엇보다 정직해야 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믿을 수 없는데 어찌 설 수 있을 것인가. 이 대표 스스로가 부른 업(業)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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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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