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쟁점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 이끄는 것이 언론의 몫
AI 학습데이터로 활용되는 기사에는 반드시 대가 지급해야"

최승재 세종대 교수. 이슬기기자 9904sul@
최승재 세종대 교수. 이슬기기자 9904sul@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뉴스 콘텐츠 생산과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AI는 정보를 학습해 기사 요약, 자동 생성, 맞춤형 뉴스 추천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발전 속에서 언론의 역할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맥락을 짚고, 사회적 쟁점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며, 공론장을 형성하는 것은 여전히 언론의 몫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역할과 가치가 중요해진 만큼 그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AI가 언론 기사를 학습해 정보를 생성하는 시대에, 언론이 단순한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넘어 사회적 담론을 주도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작권법 전문가인 최승재(사진)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이 제기하는 사회적인 담론들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언론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다양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관점,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AI 시대의 언론 심층보도는 어떻게 보면 특정한 시각을 가진 인간(기자)이 자신의 시각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다. 그 시각은 경우에 따라 기자들의 시각이 뭉치면 언론사의 관점이 될 수 있다"며 "결국은 그 관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AI시대일수록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공론장을 주도하는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향후 언론이 적극적으로 생성형 AI를 쓰면서 기사를 작성한다 하더라도 언론이 가져야 할 특성은 무엇이어야 할지 생각해보면 (취재나 기사)소재의 선택과 기사의 구성·배열이다. 그 선택과 구성·배열이라고 하는 게 결국은 뭐냐고 다시 환원해 생각해보면, 어떤 인간이, 어떤 기자가, 그 기자들이 뭉쳐 있는 어떤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시각, 관점,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그 관점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대안들을 고민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챗봇이나 뉴스 요약 알고리즘이 기사를 빠르게 정리하고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사회적 쟁점을 발굴하고 심층적으로 탐사하는 역할은 언론이 맡아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생각이다.

최 교수는 또한 생성형 AI의 학습에 언론 뉴스 데이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었다. 최 교수는 "오픈 AI는 챗GPT의 학습용 데이터로 뉴스 기사 데이터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의 추측으로는 70~80% 정도는 언론 기사가 아니겠느냐 판단하고 있다.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크롤링(웹 페이지에서 데이터를 추출)해서 가져오는 인터넷 콘텐츠를 생각해 보면, 정확한 데이터를 내지는 못하더라도, 단순하게 콘텐츠 개수만 따져보면 언론 기사가 제일 많을 것"이라며 "또 하나의 문제는 콘텐츠의 질 문제다. 개인 블로그를 크롤링 해서 AI를 학습시켰을 때는 신뢰성 문제가 생긴다. 명확한 것은 (신뢰성 있는) AI 학습을 위해서는 언론 기사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최 교수는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는 기사에는 저작권이 있는 만큼 반드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I가 언론기사를 비롯한 고품질의 정보와 지식을 학습할 때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되레 AI 기술개발과 발전을 명분삼아 저작권을 등한시하거나 대가 산정과 지급을 미루려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많은 시간과 인력을 들여 생산한 기사를 AI 학습용으로 쓰려면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AI 산업 발전을 위해 무조건 학습용 데이터로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 의견에는 명확하게 동의할 수 없다. 돈을 내야 한다"며 "아무리 AI 산업 발전이 중요하더라도, 애초에 AI 학습 데이터의 원천이 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에 대한 보상까지 희생을 하면서까지 AI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서 적절한 대가를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럽연합(EU)은 '저작권 지침'을 통해 플랫폼 기업이 뉴스 콘텐츠를 사용할 경우 언론사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규정했다. 프랑스에서도 구글이 언론사와 협상을 거쳐 뉴스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나 한국신문협회가 네이버 등 AI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최 교수의 판단이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언론사의 콘텐츠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며,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언론 생태계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예를 들어 뉴스 콘텐츠에 대한 대가 지급이 없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극단적으로 말해서 어떤 언론사가 기사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AI가 그대로 기사를 요약해 보여주면 굳이 당해 언론사의 기사를 보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은 굳이 개별 기사를 일고 이해하는 대신 AI에 물어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편향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단순히 AI와 관련된 저작권 문제가 아니라 언론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 언론도 자금이 있어야 기자들에게 급여도 주고 취재를 위해서 필요한 비용도 충당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 기사를 AI 학습 데이터로 쓸 경우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인공지능 학습의 결과도 새로운 인간데이터들이 계속 추가돼야 확보되는데, 어느 순간 학습데이타가 고갈되면 결국 데이터로 쓰이는 기사 생산자로서의 언론도, 데이터제공자인 인공지능서비스 플랫폼도 공멸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언론에도 뉴스 생산자로서 수요자가 대가를 지급할 정도의 '가치 있는 뉴스 데이터'라고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최 교수는 "언론에 AI 학습대가를 지불한다면 언론은 누구와 경쟁을 하게 될까. 바로 생성형 AI와 경쟁하게 된다. 그러면 언론은 과감히 주식동향 갖은 정보성 기사는 AI에 맡기든 버릴 건 과감하게 버리고 심층보도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그런 언론이라면 AI 시대에 더 중요해지고 더 필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성된 고품질 뉴스 데이터는 AI 학습에 또 반영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대가 산정의 방식으로 AI가 검색결과를 제공하는 데 있어 출처인 뉴스 데이터를 밝히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출처를 밝히는 것은 단순히 언론만을 위한 게 아니다. 유튜브 등이 오늘날 만들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뭐냐고 물으면 저는 '되먹임 현상'이라고 답한다.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은 계속 되먹이고, 나는 계속 그쪽 방향으로만 간다. AI도 똑같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가 생성하는 정보가 기존의 편견을 강화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출처를 공개하고 다양한 언론이 사회의 아젠다 편향을 막을 수 있는 균형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편향성이나 이에 기반한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최 교수는 "AI의 관점을 우리가 무조건 따를 것인가. 우리가 만드는 세상, 우리가 원하는 나라는 그런 게 아니다. 인간 사회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사회라고 본다. 기술도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라며 "AI를 위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나? AI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위한?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단언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