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헌론이 분출하고 있다. '제왕으로 시작해서 식물로 끝나는 대통령'의 권력 분산이 한국 정치 만악(萬惡)의 근원을 해결한다고 믿는다.

한국 정치의 제왕은 많다. '제왕적 국회'도 있고, '제왕적 야당 대표'도 있다. '일극 체제'나 '여의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제왕적 야당 대표'는 강력한 당내 장악력과 독단적인 리더십의 야당 대표이자 국회 다수당 대표를 말한다. 그는 당 내외 강성 지지층을 바탕으로 170명이 넘는 국회의원과 친위 지도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했다.

1인 중심의 권력 집중과 의사결정의 대가는 분명하다. 당내 민주주의와 다양성 그리고 역동성의 위기다. 제왕적 야당 대표는 제왕적 국회의 부산물이자 1987년 헌법의 '실수'다. 1987년 헌법은 독재와 장기집권 방지를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국회의 권력 남용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제왕적 국회'는 윤석열 계엄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돌아온 초심 의원들'은 "12월 비상계엄은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면서도 "야당의 억지 줄탄핵, 특검 남발, 거짓 선동, 의회 독재로 국정은 마비됐다. 야당의 의회 독재가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몰아갔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반복되는 역사의 비극과 절연하기 위해서는 제왕적 국회를 반드시 개혁하고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왕적 국회'는 '무소불위의 국회'로, 입법부가 본래의 역할 이상으로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다. 권력 분립의 원칙에 따른 행정부 견제를 넘어 정부 운영의 정상적 작동과 운영까지 방해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반복적으로 무력화시키거나 정부 예산안의 과도한 삭감 그리고 탄핵소추권 남용 또는 사법부 판결에 대한 개입 등이 대표적이다.

'제왕적 국회'는 정당의 이해 관계에 따른 국회 운영과 의사 결정을 말하며 당파성과 연관된다. 의회 내 당파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민주적 절차와 3권 분립의 원칙이 훼손되며, 국회의 의사 결정이 정파적 이익을 우선한다. 국회 내 정파적 대립이 악화되면 국회의원들의 정당 충성도가 높아지고, 국회의 의사 결정과 권력 행사는 특정 정당의 이익 증진을 목표로 한다. '돌초 의원들'이 "상임위가 이재명 개인 범죄의 방탄 변호인단, 하명 입법기구로 전락했다"고 말하듯 국회는 특정 정당의 정치적 도구가 된 듯 하다.

'제왕적 국회'는 국회의원들이 국가 이익과 공공성을 우선하지 않고 특권 지키기와 악용에 매몰되는 경우이기도 하다. 국회의원들이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을 남용하는 사례다.

'제왕적 국회'는 여대야소든 여소야대든 상관없다. 다수당은 자신들의 입법 의제를 위해 의사 규칙 등을 변경하거나 소수당 발언권을 제한하며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한다. 다수당은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소수당은 필리버스터의 지연 전술이나 극단적 저항으로 맞선다. 법안 통과율 하락, 행정부와 입법부의 협력과 협조의 협치 가능성 약화, 그리고 정책적 교착상태가 '제왕적 국회'의 정치적 결과다.

여대야소 때 여당은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한다. 어느 쪽이 집권하든 다르지 않다. 모두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 또는 '용산 출장소'라는 소리를 듣는다.

'제왕적 국회'는 여소야대 때 등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때 국회는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도구이자 수단이다. 대선을 목표로 하면 '제왕적 국회'는 악화된다. 여소야대에서 협상보다는 갈등 전략이 합리적이다. 선거 주기의 불일치에 따라 여소야대 가능성이 높은 우리나라는 단원제로 의회 내 정치적 갈등을 조절하거나 견제할 수단도 없다.

'제왕적 국회'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의 결과이다. 선거 제도는 의회 내 정파적 대립과 정치적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를 촉진하고 정당 간 대립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구조에 따른 거대 정당의 의석 과점과 대량 사표 발생으로 비례성과 대표성은 하락한다.

당파성 심화와 정파적 대립의 격화가 '제왕적 국회'의 가능성을 높인다면 대안은 분명하다. 당파적 충성심을 줄이고 정파적 대립의 완충지대를 통한 초당적 합의를 촉진하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갖추는 것이다.

다당제 국회는 정파 간 협조와 협력의 협치를 불가피하게 하여 '제왕적 국회'의 가능성을 낮추고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도농복합선거구제'와 다당제 국회 vs.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의 양당제 국회'의 선택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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