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무너지면 전방사업 도미노" 한국이 미국발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직접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며 철강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앞서 미국은 트럼프 정부 1기 때도 고관세로 한국 철강사들을 압박했었다. 업계에선 또다시 철강사들의 수출 물량과 수익성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시간)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25% 추가 관세 부과하는 계획을 오는 10일 발표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철강과 알루미늄이라는 특정 상품을 대상으로 한 조치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세계 전 나라를 동시에 겨냥한 관세 조치를 내놓겠다고 한 점에서 주목된다.
'상호관세' 부과 방안도 발표할 방침이다. 보편관세가 전세계 모든 국가들을 상대로 예외 없이 모든 품목에 부과하는 관세라면, 상호관세는 특정국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상대국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풀이된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계획은 한국을 직접 겨냥한 조치는 아니지만, 업계에선 불확실성에 주목하며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을 근거로 한국산 철강재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일부 교역국에는 면세 조치했고 한국은 연간 수출 물량을 70%로 제한하는 쿼터제(할당제)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대미 철강 수출에서 연간 263만톤의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고 있다. 해당 물량 내에선 무관세로 수출하고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은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철강제 수출은 2022년 253만톤, 2023년 259만톤, 2024년 277만톤 수준으로 집계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과 알루미늄 업계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관세 적용 시점이나 국가별 협의 가능성 등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만큼 행정명령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출 쿼터제를 폐지하고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함께 기존 쿼터제 축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이 중국 철강 제품의 '우회 통로'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국을 비롯한 소수의 국가들이 저가 중국 철강 제품을 수입·가공해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우회 수출 통로'라는 주장이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제232조 조사 보고서(2018년)를 통해 언급된 바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대중 관세 인상 및 수입 제재 등으로 미·중 무역 갈등 기조는 2025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철강사들이 비상체제를 가동하는 등 상황 파악에 분주히 나서는 모습"이라며 "철강업계가 업황 부진으로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직격탄까지 맞을 경우, 자동차·가전제품 등의 전방 사업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자국 산업 보호'와 '해외 기업 투자 유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국내 철강사들은 미국과 인도 등 글로벌 사업기회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포스코홀딩스는 미국 등 북미, 인도 등 고성장·고수익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려 글로벌 사업기회를 확대해 철강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제철소 건설 검토, 유럽 영업실 신설 등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양호연기자 hy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