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기업혁신은 지금까지 줄곧 개별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활동으로 인식되어 왔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생산·판매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활동으로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디지털·인공지능(AI) 전환으로 대표되는 딥테크 중심으로의 혁신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업혁신이 미치는 영향력은 개별 기업에서 산업, 국가, 글로벌 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딥테크란 과학 및 공학 기반의 독보적이고 원천적인 기술이자, 사회와 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닌 기술을 의미한다. 딥테크 기업은 중요한 과학적 발전이나 엔지니어링 분야의 하이테크 혁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기업을 의미한다. 이같은 딥테크는 기초과학 기반 연구·개발(R&D)을 통해 만들어지며,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문제 혹은 임무 중심적 접근이 필요하고, 디지털 영역을 넘어 실체가 있는 대상을 연구개발 영역으로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고사양의 게임 구동을 위한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만들던 엔비디아는 수많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GPU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AI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AI 칩과 오픈AI의 챗지피티(ChatGPT) 같은 생성 AI 알고리즘의 결합으로 의료 분야에서 신약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금융 분야에서 고객 금융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금융·투자 서비스를 하는 등 AI 기술은 여러 산업에 걸쳐 혁신의 양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이처럼 원천기술과 사업화 간의 간극이 좁아지고 기업이 보유한 기술 자체의 산업 파급력이 막대해지면서 기술혁신과 산업혁신, 기업혁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과거처럼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연구기관이 개발해 놓은 기술을 단순히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요에 맞추어 능동적으로 기술을 개발·도입하고 있다. 혁신생태계 내에서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어 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미래 국가 혁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 분야에 혁신 선도기업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혁신 지원 정책이 국가 혁신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지원의 전략성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12대 국가전략기술(과학기술정보통신부), 10대 초격차 분야(중소벤처기업부) 등 딥테크 분야에 대한 양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특정 기술 분야별로 차별화된 기업혁신 생태계 육성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딥테크 분야별 기업혁신 생태계 평가 모형 개발과 함께, 기업·시장, 사업 모델·경쟁 환경, 기술·인재, 투자·금융, 정책·규제, 지원 인프라와 같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세부 환경요소들에 대한 현황 통계 분석 및 수준 진단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딥테크 분야별로 국내 생태계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강점이 있거나 반대로 경쟁력이 취약한 요소들을 파악하고,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유리한 기술·산업 분야를 선정하여 해당 분야의 기업혁신 지원정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 지원 정책이 과거의 뿌려 주기식·나눠 먹기식 관행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혁신 의지와 잠재성이 높은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혁신 선도 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공신력을 갖춘 기업혁신 역량 수준 진단 지표를 개발하고, 지표상 우수한 혁신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들을 대상으로 도전·혁신형 R&D,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스케일업, 글로벌 기술혁신 협력 등 새로운 혁신 도약의 기회를 선별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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