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생성형 AI 모델 'R1'이 세계를 강타했다. 설립 2년도 채 안된 기업이 저사양 AI용 반도체를 주로 활용, 미국 오픈AI 챗GPT 개발비의 5.6%(약 80억원)에 불과하면서도 성능은 거의 맞먹는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중국의 'AI 굴기'는 미국은 물론 대한민국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이 제조업은 물론 디지털 산업에서까지 세계 1위로 올라서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잠식할 것이란 우려다.
중국의 AI 산업 수준은 이미 미국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가 주도 경제체제를 갖고 있는 중국이 AI 산업 육성을 시작한 건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에서 AI라는 용어가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시진핑 정부는 2015년 내놓은 '중국 제조 2025'에서 최초로 AI 산업을 국가 산업으로 공식화, 차세대 AI 발전 전략목표를 설정하고 AI 규제 및 윤리적 틀을 마련했다.
이후 2021년 '14차 5개년 계획'에 다양한 산업에서의 AI 시나리오 도입 및 적용을 지원하고, 윤리적 사용을 위한 감독규제 조치를 명확화했다. 그리고 지난해엔 'AI+ 행동' 액션플랜을 통해 AI산업 발전의 표준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의 AI 경쟁력은 특허와 관련논문을 기준으로 볼때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다. 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중국의 AI 특허 출원 건수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1만5000건으로 미국(2만7000건)을 압도했다. 2012~2021년 중국의 AI 특허 출원은 38만9000건으로 전세계의 74%를 차지했으며, 2017~2021년 가장 많이 인용된 AI 논문 100편 중 21편이 중국이다. 생성형 AI 관련 특허에서도 중국 기업·기관은 지난해 상위 1~4위를 휩쓸었는데, 텐센트의 보유 특허는 2000개가 넘었다.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2000여 대학 학부 과정에 AI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240여 대학엔 AI 전공을 신설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중국의 AI 시장은 2020년 이후 연평균 26.8% 성장, 2023년 기준 426억달러로 세계 2위다. AI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 등으로 시장이 확대됐으며, AI가 적용되는 산업도 제조업은 물론 농업, 의료, 금융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중국의 AI 산업 투자는 2022년 130억달러를 웃돌았으며, 2027년엔 381억달러로 전 세계 투자의 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5년간 대표적 투자분야는 서비스업, 통신, 금융, 지방정부 행정, 제조업 순으로 예상된다.
AI 핵심산업 관련 기업수는 4500개로 응용 분야가 84%, 기술개발 분야13.6%를 차지한다. 빅데이터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조업, 서비스업 분야에서 골고루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전자상거래의 약 50%, 제조업 40%, 헬스케어 30%, 자율주행·스마트교통 25% 등 평균 중국 기업의 36%가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기술은 미국보다 5년 늦게 개발을 시작했으나 기술격차가 1~2년으로 좁혀졌다. 바이두, 샤오펑, 샤오미, DJI, JD 등의 기업은 자율주행기술을 접목한 승용차, 택시, 택배 트럭을 출시했으며 일부는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AI를 활용한 안면인식 보안기술 개발·상용화 분야는 세계 선두주자다. 공항·철도, 은행, 마트·편의점·식당, 횡단보도 등 생활 속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의 본거지인 항저우는 '도시대뇌 프로젝트'를 통해 교통·에너지·배수 등 기초시설을 전부 데이터화해 AI 기술을 통해 도시를 자체적으로 조절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분야에서도 미국을 위협하는 경쟁 상대로 급부상했다. 중국의 생성성 AI 시장은 2000~2025년 연평균 84%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며, 2025년 글로벌 생성형 AI 규모의 14%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바이트댄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생성형 AI의 특징인 데이터·알고리즘·콘텐츠 생성 기술에 초점을 맞춘 법률 및 규정을 제정해 AI 산업 발전을 돕고 있다. 2017년 '네트워크 안전법'을 비롯, 2021년 '데이터 안전법', 2022년 '인터넷 정보 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 2023년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잠정 관리 방법' 등이 그것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세계 1위 AI 강국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재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국은 AI를 통해 성장률 저하와 노동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을 극복해가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강국 실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