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비판은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경기 평택 고전변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본인 재판은 늦추고 대선은 빨리해서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고자 하는 게 너무 분명하다"며 "법원에서 알아서 잘 처리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에 하나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주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중지된다"며 "자신의 재판을 무한 지연하고, 그 틈에 조기 대선이 있으면 선거로 죄악을 덮어버리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법을 없애서 벌을 피하고자 한다"라며 "기본소득, 기본사회 외치기 전에 기본도덕이나 챙기길 바란다"고 이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양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말이 있다"며 "이 대표는 꼼수 재판 회피·지연 망동을 즉각 중단하고 정정당당하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라"고 말했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잠룡'들도 잇따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본인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에서 이미 헌재가 수차례 합헌 결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을 문제 삼고 나섰다"며 "명분도, 실리도 없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실용주의 코스프레 직후 꺼내 드는 모습을 보면 결국 모든 것이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보인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두고 "대통령 탄핵심판은 그토록 재촉하던 이 대표가 정작 자신의 재판은 별별 꼼수를 다 동원해서 지연시키려 한다"며 "'법꾸라지'의 끝판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번 제청에 대해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쉬운 선택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가 어려울 때 법원과 국민을 믿고 했을 때 좋은 결과가 왔다. 오히려 그렇게 가는 게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변호인단이 법률적 검토를 해서 내린 결정이겠지만 (이 대표는) 정치적 지도자 아닌가"라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 역시 이같은 비판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두 번째 기일에 출석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재판부가 기각할 경우 헌법소원을 낼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재판은 지연 없이 신속하게 끝날 것"이라고 답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