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 납부… 단계적 상승
단통법 폐지로 분위기도 달라져

고명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신임 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설가온에서 열린 기자 초청 자리에서 알뜰폰 협회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고명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신임 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설가온에서 열린 기자 초청 자리에서 알뜰폰 협회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알뜰폰 시장이 급변하는 경쟁 질서 속에 재편될 조짐이 보인다. 알뜰폰 기업들이 부담하는 전파사용료 등 비용이 늘어나고 오는 7월부터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로 이동통신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통신 3사와 알뜰폰 기업 사이에서 협상을 도왔던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빠지면서 중소 알뜰폰사들의 사업환경은 더 척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명수 신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4일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는 알뜰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현재 가입자 수를 두 배, 세 배까지 늘리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 중 월 1만원대 20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5G 요금제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발표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 후속 조치를 통해서다. 정부는 지난달 도매제공의무사업자(SK텔레콤)의 데이터 도매대가를 기존 1MB당 1.29원에서 0.62원으로 최대 52% 낮춘다는 내용을 포함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 신임 회장은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에 힘을 실어줘 1만원대 요금제로 20GB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알뜰폰 협회 회원사들이 더 합리적이고 저렴한 요금제를 만들어 통신비 인하에 나서 우리나라 MVNO가 세계적 성공 사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알뜰폰 업계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당장 업계의 시급한 현안은 전파사용료다. 여전히 낮은 수익성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당장 올해부터 전파사용료의 20% 납부부터 시작해 2026년에는 50%, 2027년에는 전액을 내야 한다. 그간 정부는 통신 3사 자회사를 제외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전파사용료를 면제해줬다. 업계 추산 10만명 가입자 기준 5억원 가량 비용이 발생한다. 연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비용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전파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기보다 유연하게 적용한다"며 "영세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있는 만큼 해당 사업자 상황에 맞게 전파세를 부과해야 경영상 압박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달 말부터 알뜰폰 도매대가 관련 규제가 사후규제 형태로 바뀌는 것도 알뜰폰 업계의 부담 요인이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알뜰폰 업계를 대신해 이동통신사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도매대가 협상을 해왔다. 이와 달리 사업자간 자율협상을 진행하는 사후규제 방식이 도입되면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업체간 협상력 차이로 인해 알뜰폰 업체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설 가능성이 크다.

오는 7월 단통법 폐지로 인해 보조금 경쟁이 더 활발해지면 알뜰폰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제4이통'을 선정하는 대신 비슷한 수준의 잠재력을 갖춘 풀MVNO 사업자 출현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부실한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방지하기 위해 자본금 기준을 기본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뜰폰 업계는 부실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데는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풀MVNO 사업자가 탄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약 17% 달하는 알뜰폰 시장은 지난해부터 순증세가 꺾이고 비용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사업을 접는 곳도 늘었다. 알뜰폰협회 회장사였던 세종텔레콤이 해당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데 이어 최근 여유모바일도 사업을 정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금 기준이 상향돼 자본력이 있고 정말 제대로 하려는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전파세 부과, 도매대가 사후규제 전환 등은 기존 업체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라면서 "결국 규모와 자본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될 가능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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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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