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케이스

윤희숙 지음 / 천년의상상 펴냄


한국 경제의 성장판이 급속히 닫히고 있다. 성장률은 1%대로 떨어졌으며 수출, 내수, 미래 전망 모두 비상이다. 한국은행은 성장률이 2030년대 0%대, 2040년대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진다고 예측했다. 이러다간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을 맞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의식도 희박하고 이렇다 할 대응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이자 전 국회의원인 저자는 "지금은 비록 어려워도 곧 반전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게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핵심"이라며 재도약을 위해선 마치 '폭탄 돌리기'하듯 미루고 방치해온 '콜드 케이스'(Cold Case)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하다. 콜드 케이스는 원래 장기 미제로 남은 범죄 사건을 뜻하는데, 책에선 장기 미해결 과제라는 의미로 쓰였다.

저자는 한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5가지 장기 미해결 과제로 △경제 운영체제 △노동시장 △국민연금 △의료시스템 △교육을 꼽는다. 이를 전면적으로 개혁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탈피를 미뤄온 갑각류처럼 제 몸을 보호해주던 껍질이 오히려 성장을 옥죄는 감옥이 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경제 운영체제와 노동시장을 공정하되 역동적으로 바꿔나가 혁신 수용적 사회로 탈바꿈하고, '국가모델 2.0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나이 들어 아프고 일 못해도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며, 의료시스템과 국민연금 개혁을 가로막아온 허들을 넘기 위해 꼭 필요한 일들도 살펴본다.

저자는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의 빌런'으로 국회의원을 꼽는다. 규제개혁 노력으로 몇 개를 없앤다 해도 그 몇 배의 규제가 국회에서 신설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심지어 품질마저 엉망이라고 지적한다. 노동시장도 대거업·공공기관과 중소기업 등 양극화가 커 경제 전체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연금개혁의 모범으로는 스웨덴의 사례를 거론한다. 우리 경제의 성장판을 닫아온 '콜드 케이스'들을 하나씩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지도층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서 슬기롭게 공론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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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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