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한상공회의소가 대미(對美) 경제사절단을 꾸린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지 보름이 넘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미국에 대표단 하나 못보내는 상황에서 민간이 통상외교마저 떠안는 양상이다. 이미 외교장관끼리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정상회담도 앞둔 일본과 대조적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최근 국내 20대 그룹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내 경제사절단을 모집하고 있다. 아직 명단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 20대 그룹의 최고경영자(CEO)급 이상으로 사절단을 꾸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절단은 오는 19∼20일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양국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관세 정책과 반도체·배터리 보조금 지출 중단 움직임 등으로 국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내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도서관 토머스 제퍼슨 빌딩에서 '갈라 디너'도 예정됐다. 이 자리에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정부 고위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 투자가 집중된 주의 주지사들도 초청 대상에 포함됐다. 사절단은 20일 미 정부 주요 인사와 면담을 추진한다. 최 회장은 사절단과 별개로 21∼22일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리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해 경제협력 구상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TPD는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종현학술원이 2021년부터 열고 있는 행사로, 이번 TPD의 의제는 미국의 외교 정책, 미국과 동아시아의 안보, 인공지능(AI) 시대의 협력 방안 등으로 알려졌다.

지금 대한민국은 구한말처럼 외교적 고립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 형사 재판과 탄핵 심판, 조기 대선에 모든 사회적 역량이 쏠려 있으며, 국민들은 양극단으로 갈라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더기 관세 부과, 북핵 용인 시사 등 소용돌이에 휩싸인 세계 정세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기업들이 스스로 경제사절단까지 파견하는 건 냉엄한 글로벌 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민간이 대신하는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까지 통화조차 못하고 있다.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한국이 미국의 다음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대응책을 제시할 외교 채널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가 리더십 부재가 낳은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반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미국을 방문해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정부와 여야는 통상외교에라도 힘을 합쳐 국익을 지킬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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