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카드'를 통해 불법이민과 마약 유입을 강화하는 소득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멕시코가 미국과의 국경에 1만명의 군 병력을 즉시 배치해 불법이민과 마약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통화를 하고 캐나다가 미국-캐나다 국경 강화에 13억 달러를 투입하고 인력 1만명을 배치키로 하는 한편, 합성 마약류인 펜타닐 문제를 전담하는 '차르'를 임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지난 1일 25% 관세 부과를 전격 발표하고 사흘 만에 이를 유예하면서 트럼프(사진) 대통령은 말 몇 마디로 불법이민과 마약 유입 차단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손도 안 대고 코 푼 격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충격과 압박' 전술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다. 사실 '매드맨 전략'은 국제정치계의 '사전'에 있는 협상전략이다.
미치광이 전략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선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에 닿는다. '미치광이 전략'이란 이름도 그가 붙였다고 알려진다. 그는 1960년대 북베트남을 배후 지원하는 소련을 상대로 이 전략을 구사하면서 성과를 냈다. 소련이 북베트남을 움직여 협상장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이 전략은 초기에 효과적이었다.
미치광이 전략은 상대가 정상인이라는 가정 하에 자신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는 광인(狂人)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성공한다. 상대방이 두려워서 굴복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똑같이 '미친 자'일 경우 또는 같은 전략을 구사할 경우는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막판까지 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치킨게임으로 발전한다. 치고 빠지는 전략을 잘 짜야 한다. 빠질 때를 잘 선택해야 하고 효과가 최상이라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물러나야 한다. 결국은 미치광이전략은 고도의 합리적 계산 하에 이뤄지는 '이성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미치광이 전략의 원전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라는 속설이 있다. 야사에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승만 대통령이 닉슨 대통령에게 이 전략을 '전수'했다는 것이다. 때는 1953년 11월 당시 닉슨 부통령이 그 한 달 전 있었던 한미상호방위조약 타결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 바로 그 5개월 전 6월 이 대통령은 세계를 경악케 한 일을 벌였다. 미국 등 유엔 참전국에 알리지 않고 한국전쟁의 반공포로를 석방한 것이다.
군대를 가장 많이 파병한 미국과 영국은 길길이 분노했다. 미국은 이 대통령 제거 계획까지 세웠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이 대통령을 당장 제거하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미친놈'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반공포로를 전격 석방하는 강수를 둔 것은 휴전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함과 동시에, 당시 논의되고 있던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빨리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분석이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휴전은 없으며 더 큰일도 벌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 미국이 응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 전략은 맞아떨어졌고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을 방문한 닉슨 대통령에게 수개월 전 있었던 반공포로 석방 사건과 상호방위조약을 관철 시킨 배경을 설명하며 이를 '매드맨 전략'이라고 이름 붙이고 닉슨 부통령에게 전수했다는 것이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배운 이 전략을 적절히 구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광이 전략'에 얽힌 비사를 알고 있는지는 확인 안 된다. 하지만 트럼프처럼 이 전략을 시의적절하게 잘 활용하는 현대 정치인은 없다. 이번에도 캐나다와 멕시코에 승률 100%를 기록했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