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시장과 기업금융 등에서 부진한 실적을 올린 금융사들이 손실을 감추기 위해 거래를 위조하거나, 실적에 반영하지 않는 등의 꼼수를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관련 부서 임직원은 수십억원의 부당 성과급을 챙겼다.
금융감독원은 4일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서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 규모 스왑거래와 지주사 산하 신탁사의 책임준공형(책준) 토지신탁 미인식 등을 지적했다.
신한투자증권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업무 담당자는 지난해 8월 코스피지수가 폭락하며 대규모 손실을 봤다.
금감원은 해당 부서가 위험회피(헤지) 목적으로만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지만, 성과급 등을 위해 2022년부터 투기적 선물거래를 지속해 왔다고 지적했다.
투기적 선물거래로 발생한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하루만에 13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비상식적이 스왑계약을 위조하는 등 조직적으로 부서 손익을 조작했고, 관리회계 부서는 각 부서의 월별 손익 자료를 검증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해당 부서 임직원에게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부당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 지주사가 계열 신탁사의 책준형 토지신탁 리스크를 실적에 반영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책준 사업장의 비중이 높은 계열 신탁사에서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자본비율 산출 시 관련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금융지주는 그룹 내 숨겨진 부실 위험을 포함해 리스크를 면밀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2개 지주사의 보통주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신탁사는 시공사가 책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자금을 투입해 통상 6개월 내 건물을 준공할 의무가 있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대주단에 대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원금 등 손해배상 의무를 지게 된다.
이처럼 책준 확약은 신용보강으로 인식돼 계약 시점부터 손해배상 예정금액에 대해 대손충당금과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해야 하지만, 다수 지주는 신탁사가 추가 투입한 금액에 대해서만 신용리스크를 관리하고, 손해배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일하게 판단해 왔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신한자산신탁은 책준 확약 미이행으로 고유계정에 가압류까지 걸렸지만, 2023년 말 기준 대손충당금은 254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신한자산신탁이 진행하고 있던 책준 토지신탁 사업만 133건에 달했고, 책준 기한을 넘긴 곳도 8곳에 달했지만 충당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국자산신탁 역시 대출채권 중 고정으로 평가받는 채권에 대해 약 30%를 충당금으로 쌓도록 권고하고 있는 당국 지침보다 낮은 충당금을 쌓았다. 이밖에 KB와 교보 등 다수의 책준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금융사 계열 신탁사들이 소송 등을 이유로 손실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충당금을 쌓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처음부터 책임준공을 확약했다면 이에 대한 리스크가 분명하게 있는 것"이라며 "그 리스크를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은 규정에도 명확하게 나와 있지만 그동안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