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디지털콘텐츠국 부장
왜 하필 '도지'였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수장으로 일하기 시작한 '정부효율부'. 공식 이름은 '미국 정부효율 서비스'(United State DOGE Service·DOGE)다. 여기에 버젓이 들어간 '도지' 이름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역시 머스크다. 신설 부처 이름에 머스크의 감성이 진하게 묻어있다.

'도지' 이름의 원조인 도지코인 공식 로고엔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일본 시바견 사진이 들어있다.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파머가 이 사진을 도지코인 로고에 새겼다. 이렇게 도지코인은 2013년 세상에 등장했다.

도지코인은 사실 '코인 열풍'을 풍자할 의도로 나온 B급 암호화폐다. '도지'(doge)는 시바견의 영문 철자 'Shiba dog'을 일부러 어설프게 비튼 '시베 도지'(Shibe doge)에서 비롯됐다. 이름에서 보듯 실험성과 재미 위주의 커뮤니티형 코인이랄까. 머스크가 X(옛 트위터)에 해당 사진을 올리면서 도지코인 가격은 등락을 반복했다.

도지코인을 연상케 하는 이름을 대놓고 정부 부처에까지 갖다붙인 이유가 궁금해졌다. 실험적이면서 파격적인 정부효율화 정책을 내놓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머스크는 앞서 대선 지원유세 도중 연방 예산 2조달러(약 2810조원) 지출 삭감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도지의 정책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머스크는 전기차부터 우주선, 뇌신경과학, 인공지능(AI)까지 숱한 혁신을 보여줬다. 머스크는 예고한대로 기업가적 정부 접근 방식으로 예산을 대대적으로 깎고 수정할 것 같다. 아마도 AI와 전기통신 규제, 경쟁정책 및 플랫폼 독점 규제, 수입규제 등이 최우선적으로 머스크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도 머스크에 힘을 실어줬다. "DOGE가 정부 외부에서 조언과 지침을 제공하고, 백악관 및 백악관 관리예산국과 협력해 대규모 구조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조만장자' 머스크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괜히 '트럼프-머스크 공동정권'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문제는 머스크가 모든 규제가 자신의 비즈니스와 혁신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는 규제 완화론자"라며 "그는 모든 규제가 자신의 비즈니스와 혁신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머스크의 구상대로 도지가 운영될까. 벌써부터 연방법 위반과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도지 구성원들이 암호화 메신저 '시그널'을 사용하면서 연방기록법(FRA)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 도지의 활동과 관련해 오간 모든 문자 메시지는 법에 따라 보존돼야할 기록물이라는 건데, 머스크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도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됐던 비벡 라마스와미가 머스크와 의견충돌로 돌연 사임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IT시스템 개선을 통해 연방 정부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라마스와미는 이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이래저래 초반부터 험로다.

그럼에도 정부 효율화에 대한 머스크의 접근법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이 더 좋은 근무 환경, 더 높은 급여를 제시할 때 머스크는 재택근무를 과감히 비판했다. 사무실에 모여 동료들과 치열하게 일할 것을 요구했다. 테슬라 임직원에게는 주 40시간 사무실에 나와서 일하지 않으려면 회사를 그만두라고까지 했다. 머스크는 외로운 투사였다.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머스크의 '사업효율화 킬러 본능'이 국가 체질개선에 접목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머스크의 도지 수장 임명은 미국 정부 혁신의 신호탄일까. 글로벌 관세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불확실성의 시대에 머스크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김광태 디지털콘텐츠국 부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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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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