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공세에 맞불을 놓던 친명계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문재인 정부로 돌리자, 비명계는 이 대표를 지목했다. 당내에선 양측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임 전 실장은 당시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0.73%포인트(24만7077표) 차이로 패배한 것을 짚었다. 그는 "서울에서만 31만766표를 졌다"며 "민주당이 서울에서 지고도 전국 선거를 이길 수 있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식적인 대선 평가를 하지 않았다. 정확히 하지 못했다. 곧바로 두 달 뒤 이 후보가 인천 계양에 출마했고 다시 두 달 뒤 당대표가 됐기 때문"이라고 쏘아붙였다.
임 전 실장은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떠넘겨졌고 지금까지도 문 정부 탓을 하고 있다"며 "문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40%를 넘었고 역대 유일하게 레임덕이 없는 정부였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아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부족했고 당의 전략이 부재했음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비로소 이기는 길이 보일 것"이라며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윤석열 심판이 완성되는 것으로 이번에는 우리가 더 절실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친명계가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문 정부 책임론을 거론하는 데 대한 반박의 성격으로 보인다. 앞서 친명계는 비명계의 이 대표 공세에 맞서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을 제기하며 날을 세웠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지난 30일 MBC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데에 본인의 역할을 고민하라"며 "대선 패배의 원인을 잘 살펴야 한다. 비명계 의원이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연희 의원도 지난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격도 자질도 갖추지 못한 윤석열에게 정권을 빼앗긴 것만큼 민주진영에 치욕스러운 일이 어디에 있는가"라며 "대선평가는 현 민주당의 몫이지만 문 정부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당시 참여 인사들의 몫"이라고 직격했다.
그동안 잠잠했던 대선 패배 책임론이 거론되자, 당내에선 계파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두고 여전히 물밑에서 양측간 갑론을박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당장 거론되는 것들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 각 계파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상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이 대표는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조기대선을 염두에 두고 당내 통합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2일) 사의를 표한 주철현 최고위원의 후임으로 비명계인 홍성국 전 의원을 내정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 또한 여러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함께 이기는 길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며 "작은 차이로 싸우는 일은 멈추고 총구는 밖으로 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승을 위한 강철검이 필요한 지금, 다양한 원소가 결합할 때 강력한 합금이 만들어진다는 지혜를 잊지 말아야겠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