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9, EV9보다 600만원 ↓
볼보 EX30, 보조금적용땐 '세계최저'
韓상륙한 BYD도 경쟁격화 불 지펴

아이오닉 9. 현대차 제공
아이오닉 9. 현대차 제공


2년 연속 역성장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길어지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기 위한 가격 인하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서두를 뿐 아니라 플래그십 차량의 가격도 조정하며 판매량 확대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작년 보급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현대자동차는 브랜드 첫 대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모델인 '아이오닉 9'의 판매가격을 6000만원대로 설정했다고 3일 밝혔다. 세제 혜택 적용 기준으로 7인승 6715만원, 6인승 6903만원부터다. 전기차 보조금 적용 시 실구매가는 6000만원 초중반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아이오닉 9은 동급인 기아 EV9보다 기본가 기준 600만원가량 저렴하다. EV9의 기본 트림의 가격은 7337만원이다. 플래그십 전략으로 EV9보다 가격이 더 비싸게 책정될 것이란 시장의 예측을 뒤엎고 경쟁사보다 가격을 낮추는 쪽을 택했다. EV9은 높은 가격대로 인해 국내에서 판매량이 부진했다. 지난해에는 2012대밖에 판매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EV9의 부진을 의식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존재도 있기에 더 높은 가격대를 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제네시스의 전기 SUV인 GV60은 6433만원붜, GV70 전동화 모델은 7530만원부터 판매되고 있다.

EX30. 볼보 제공
EX30. 볼보 제공


스웨덴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볼보자동차도 국내에 들여온 전기 SUV 'EX30'의 판매가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볼보코리아는 이달 중 본격 출고를 앞두고 있는 EX30의 가격을 최대 333만원까지 선제적으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EX30의 가격은 전 세계 시장에서도 최저가인 코어 트림 4755만원, 울트라 트림 5183만원으로 책정됐다. 전 전기차 보조금 적용 시 4000만원 초반대에도 구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플래그십 전기차 시장에서도 가격 인하의 바람이 부는 것은 국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 심화됨에 따라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보급형 전기차가 밀려옴에 따른 판단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22년 16만4000대에서 2023년 16만2000대(-1.2%), 2024년 14만7000대(-9.7%)로 전기차 주요 시장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역성장했다. 올해도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기에 완성차 업체들은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가 한국에 상륙한 것도 가격 경쟁 격화에 한몫했다. BYD코리아는 지난달 16일 한국 전기 승용차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하며 소형 전기 SUV 아토 3의 사전계약을 실시했다. 아토 3는 기본트림 3150만원, 상위트림 3330만원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수령하지 않아도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갖췄다. BYD가 진출한 해외 시장 중에서도 가장 싼 수준이기에 한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BYD의 포부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하고 있다곤 하나, 여전히 세계 주요 전기차 시장이며 국내 소비자들의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수준이 높기에 완성차 업체에겐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테슬라가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판매량을 높인 데에 이어 BYD까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에 따른 가격 경쟁이 전기차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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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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