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등 조속 처리해야 추경 등 적극적 정책 논의도 필요 새해 들어서도 경제·민생 법안들이 공회전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한 법안 처리가 설 연휴 이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정부의 내수 경기 부양 정책에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추가경정예산 등의 적극적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30일 국회 등에 따르면 반도체특별법 등에 대한 논의가 설 연휴가 지난 이후 본격화한다. 내달 3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재로 정책 토론회가 열린다. 주제는 '반도체특별법안'의 근로 시간 특례 조항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항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직군에 한해 주 52시간의 근로 시간 상한 예외적으로 적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만큼,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재정 지원의 근거가 마련되고 정부 정책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치권에서 경제·민생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 경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중 반도체특별법은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 인프라 구축에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법안이다. 용인 클러스터 생산시설 운영을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마무리되는 2053년까지 전체 10GW 이상의 전력공급 필요하다. 이 밖에도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전력망 특별법)' 등 에너지 법안들도 여야 간 처리에 공감대를 일부 이루면서 설 명절 이후 국회에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경제·민생 법안들이 잠자는 사이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매출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실적치는 87.3을 기록했다. BSI 실적치는 2022년 2월(91.5) 이래 36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1.2로, 지난해 12월보다 3.0포인트(p) 상승했다. CCSI는 소비동향지수를 구성하는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지수가 12.3p 하락한 데 이어 여전히 '비관적'인 상황에 머물러 있다.
우리 경제가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신정부 출범 등 변화하는 무역환경을 겪으면서 경기 회복력을 강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소한의 성장' 보고서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20조원의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집행한다면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경제성장률을 0.2%p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규모 기업, 저소득 가구 등을 돕기 위해선 '추경' 핵심 중 하나라는 것이다. 수출이 하향기에 접어들고, 침체한 경제 심리 회복을 위해선 추경이 필요하다고 봤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뒤처지게 되면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어, 세제 지원 등으로 세계 경쟁력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반도체 산업도 키워야 하는 만큼 추경도 예비비가 감액된 부분을 채우는 수준의 규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신산업 정책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에 대해 세액 감면 형태가 아닌 보조금을 주는 형태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원 마련 등을 위해 상반기와 하반기의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며 "칩스법, 인공지능 등 관련 국회에서 예산 증액 심사를 하다 비상계엄으로 논의가 멈춰진 게 있는 만큼 10조~15조 정도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