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최고로 높은 귀족이 됐죠. 이 흉터는 사라지지 않지만, 다 그렇지 완벽할 순 없어요. 사람이란 여러분조차도…(중략) 오직 정의만 살아 숨 쉬게 거짓을 꿰뚫어봐. 이제는 그 눈을 떠봐."
뮤지컬 '웃는남자'에서 남자 주인공 그윈플렌이 부르는 '그 눈을 떠'의 일부분이다. 주인공은 노래에서 최고로 높은 귀족이 되었지만, 흉터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의술로 재건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그런 흉터가 생겼을까? 그리고 그 흉한 흉터를 가진 그윈플렌이 왜 귀족들에게 흉터가 없는 여러분도 완벽하지 않으니 거짓을 꿰뚫어 보는 눈을 뜨라고 하는 걸까?
뮤지컬 '웃는남자'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아이들을 납치해 인위적으로 기형을 만들어 귀족들의 장난감으로 팔던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가 있었다. 그들에 의해 납치돼 조커와 같이 기이하게 웃는 모양으로 찢긴 입을 갖게 된 어린 그윈플렌은 눈보라 속에 버려진다. 죽을 위기에서도 그윈플렌은 얼어 죽은 여자의 품에 안겨 젖을 물고 있는 아기 데아를 발견하고 구하게 된다. 우연히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를 만나고 도움을 청한다. 우르루스는 인간을 너무나 증오했지만, 불쌍한 두 아이를 키우게 된다. 찢어진 입을 가졌지만 매력이 넘치는 그윈플렌과 눈은 멀어버렸지만 아름다운 데아와 함께 셋은 유랑극단을 꾸린다. 우르수스와 아이들은 가족보다 더 단단한 가족이 되었다.
청년이 된 그윈플렌은 유명한 광대가 되고, 앤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가 그윈플렌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버린다. 그윈플렌은 자신을 납치하고 기형으로 만든 범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원래의 공작 신분을 찾게 된다. 공작이 되어 고귀한 신분이 되었지만 가난한 광대로 데아와 우르수스와 함께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평민들을 괴롭히는 극악한 상원의원들에게 제발 정의의 눈을 뜨라며 연설한다.
만약 그윈플렌이 재건술을 받을 수 있었다면 귀족들의 흥미를 채우기 위해 입에 인위적으로 웃는 모양으로 성형수술을 받은 셈이 된다. 흉측한 흉터를 평생 가지고 다니게 한 것도 끔찍하지만 어린아이의 몸에 칼을 들이대고 생살에 웃는 입 모양을 만들었다고 하니 너무나 위험하고 잔인하다.
현대의학에서야 수술 후 염증을 해결할 수 있고 통증을 해결할 마취법도 있으니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통증과 2차 감염의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이다.
성형수술은 더 아름답게 되기 위한 심미적인 시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상적 기능과 외모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재건 치료가 이보다 먼저다. 성형수술의 시초도 절단된 부위를 복원하는 치료술이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 왕조시대 파피루스 기록 중 코를 재건한 시술이 기술되어 있었는데 이를 최초의 시술로 본다고 한다. 심지어 조직이식술에 대한 기록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 당시에는 마취나 염증 문제가 있었으니 죽음을 넘나드는 수술이었을 것이다.
심미적 이유로 진행된 성형수술은 기원전 6세기에 인도의 기록에서 나왔다. 인도 최초의 외과의사 수쉬루타가 코나 귀의 성형술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당시에 종교적 이유로 코나 귀를 뚫거나, 범죄에 대한 처벌로 신체부분이 잘리는 경우가 많아 그를 재건하는 치료가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성형수술도 기독교 득세로 인해 발전하지 못하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다시 발전하게 된다. 이후 세계대전에서 창상이 많이 발생하고 이를 치료하는 수단으로 빠르게 성형술이 발전하게 된다. 현대에도 치료적 의미가 강한 재건성형술은 고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외적인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성형수술이 더 주를 이루게 되었다. 그만큼 수술이 안전해진 것이다.
성형수술은 사실 주술적인 행위들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시작되었고, 전쟁에서 큰 상처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 그리고 의술의 발달로 인해 현대에서는 이런 외과적인 치료를 넘어서 더 아름답고 건강한 자신을 찾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