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직접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탄핵소추 사유들을 부인했다. 당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계엄 포고령은 집행 의사나 실행할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또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이런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며 "기사 내용도 부정확하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장관은 그때 구속되어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내용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답했다.

비상계엄의 정당성에 초점을 맞춘 이날 윤 대통령의 답변에서 특히 주목할만 한 것은 부정선거에 대한 소신이었다. 윤 대통령은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의 선거부정론은 사법과 검찰의 판단까지도 믿지 못하게 하는 무리하고 일방적 주장"이라는 국회 측 의견에 대해 "선거가 부정이라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고,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차후에 만든 논리라고 했는데, 이미 계엄 선포 전부터 여러 가지 선거 공정성에 대한, 그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고 했다.이어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는 게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 전반적으로 스크린할 수 있으면 해보라, 어떤 장비가 있고, 어떤 시스템에 의해 가동되는지 그런 것을 살피자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부정선거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해 "극단적 유튜버에 기댄 과대 망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들 중 상당수가 이런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들 사이에는 "내 표를 도둑질하지 말라"는 뜻의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황교안 전 총리가 이끄는 '부정선거 부패방지대'(부방대)는 중앙선관위에 대토론회 개최도 요구한다. 이들은 지난해 4월 과 2020년 4월 총선서 투표용지에 투표관리관의 개인도장을 찍도록 규정돼 있는데 왜 선관위가 배포한 도장을 찍도록 한 것인지, 선거인보다 투표지 수가 더 많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지, 투표 마감 후 왜 투표자수가 줄었는지에 대해 당국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가짜 투표지와 전자개표기를 통한 조작 의혹, 선관위 전산시스템의 해킹 취약 등도 지적한다.

최근 수원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내란과 부정선거'라는 제목의 글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리고 "과연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이 합리적인 의심이 들 정도로 상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 내부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자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차제에 뭉개지만 말고 '팩트 체크'를 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선거 관리를 엉터리로 해온 선관위 또한 이런 부정선거론이 퍼진 데 대한 일단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중앙선관위도 부인만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의혹에 대해 성실히 답변하고 공개해야 한다. 투표와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사라진다면 민주주의 또한 유지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강현철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