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범위 넓히니 2000명 훌쩍
신한은행 541명으로 가장많아
"어릴때 빠른 결단 인식 영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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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은행권에 '희망 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선 2000명이 훌쩍 넘는 행원들이 은행을 떠날 전망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30대 직원을 포함해 전년 대비 배 이상의 희망퇴직자가 나왔다.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 기조에 나날이 줄어드는 점포, 올해 경영환경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한살이라도 어릴 때 '제2의 인생'을 개척하려는 은행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신한은행의 희망퇴직 인원은 541명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234명보다 배가 넘는 수치다. 이번 퇴직자 중에는 30대 직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희망퇴직자가 가장 적었던 신한은행은 올해 희망퇴직 대상자를 30대 후반인 1986년생까지 파격적으로 넓힌 결과 퇴직자가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 출생연도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7~31개월분이 특별퇴직금으로 나가기도 했다.

농협은행에선 지난해 12월31일자로 391명이 짐을 쌌다. 전년(372명)보다 20명 가량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총 647명의 퇴직을 결정했다. 지난해보다 27명 줄어든 수치다. 이들 3곳에서만 1500명이 넘게 은행을 떠난 셈이다.

이달 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오는 31일 최종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두 은행의 지난해 희망퇴직자는 각각 325명, 362명이었다.

이에 5대 은행의 올해 희망퇴직 전체 인원은 2000명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전년 대비 21% 줄어든 총 1967명이었다.

올해 희망퇴직 규모가 늘어난 것은 대상 범위가 확대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은 신청 대상자 범위를 30대인 1986년생까지, 국민은행은 1974년생까지 확대했다. 희망퇴직금 외 재취업지원금 등을 늘리는 방식으로 희망퇴직을 유도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희망퇴직 규모를 은행의 성장성과 연결해서 진단하고 있다. 지금은 커진 예대금리차(대출-예금)로 은행이 막대한 이자수익을 올리면서 넉넉한 성과급과 희망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까지 나선 상생압박에 더이상 은행이 '땅집고 헤엄치기'식 경영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 은행 한 관계자는 "여론과 정치권, 금융당국의 압박에 더 이상 파격적 희망 퇴직 조건을 내걸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디지털 전환에 따른 조직 슬림화 등도 희망 퇴직 증가의 주요 요인이다.

실제로 은행 점포 수는 1년 사이 50곳 넘게 사라졌다. 은행 점포 수는 2012년부터 12년 가량 추세적으로 감소했다. 그동안 점포 수가 늘어난 시기는 2018년 3분기 한 번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은행 점포 수(해외 점포 포함)는 총 5849곳을 기록했다. 1년 전(5902곳)보다 53곳 감소했다.

또한 비대면 거래 비중이 확대되면서 창구를 직접 찾는 고객이 점차 줄고 있다. 은행은 여러 영업점을 하나로 합쳐 대형화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몸집을 줄이기도 했다. 희망퇴직자가 늘어나면 은행 입장에선 인력 운용의 융통성이 커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업무가 확대되면서 비싼 임대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영업점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점포가 줄어들고 있다. 은행원들의 업무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인식에 은행원들이 일찌감치 짐을 싸는 추세다"고 말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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