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도쿄 시내 롯폰기 초고층 빌딩의 36층 사무실 한 공간에서 매우 이색적인 행사가 진행됐다.
공간 한 켠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 앞에 있는 조종석 같은 곳에서 앞뒤로 영어 광고문구들로 꽉 차 있는 유니폼을 입은, 누가 봐도 프로게이머들로 보이는 청년 두 명이 열심히 조종간을 움직이며 집중하고 있다. 이를 100여명의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다.
얼핏 보면 스타크래프트, 롤 게임 등 e스포츠 경기를 하는 장면으로 보일 수 있지만, 건설 중장비들이 바쁘고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실제 장면이 비춰지고 있는 이벤트였다.
이 이벤트는 일본의 건설 관련 회사인 오바야시 상사, 이토추 상사 등이 회원으로 있는 교통 디지털 비즈니스 협의회(TDBC)가 지바현의 기능공 양성기관과 공동 개최한 건설기계 원격제어 대회의 한 장면이다. 대회장인 롯폰기에서 약 40㎞ 이상 떨어진 지바 시내에 있는 중장비들을 원격 조종해 토사를 굴착·반출하고 그 시간이나 정확성을 겨루는 'e건설기계 챌린지'다. 지난 2022년부터 열렸으니 올해가 3회째다.
작년 대회에선 2인 1조 팀이 유압식 굴삭기와 캐리어 덤프를 각각 원격으로 조작해 우열을 가리며 토목공사를 진행했다. 역대 최다 팀인 6개 팀이 참가해 굴삭기로 굴착한 토사를 덤프로 운반하고 내리는 일련의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두고 승부를 겨뤘다.
참가 6개 팀 중 건설사에서 참가한 팀은 2개뿐이었다. 나머지는 프로게이머 팀이 2팀이었고 중장비 원격조작 시뮬레이터 관계자팀, 그리고 이색적으로 자칭 중장비 여성팬팀도 출전했다. 특이한 점은 이들 모두가 20~30대 남녀 젊은이들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5개팀이 예선을 통해 경합을 겨뤄 작년 디펜딩 챔피언인 마루이소 건설팀과 결승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대회에서 프로게이머 팀인 센고쿠 게이밍 팀이 간발의 차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첫번째 참가치고는 매우 놀랄만한 결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대회 개최의 목적은 '인력 부족 완화'에 있다. 건설업계 무경험자가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종의 기술 실증시험이기도 하다. 무경험자라도 며칠만 강습을 받으면 건설 현장에서 원격 시공이 가능하다.
2030년이 되면 일본 건설업에선 기능인 수가 2020년 대비 12% 감소한 215만명으로 추정된다. 수요 대비 31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여 전문인력 확보에 상식을 초월한 노력이 필요해 이런 대회들이 생겨난 것이다.
재해가 잦은 일본의 원격 시공은 30년이 넘는 역사가 있다. 1990년 분화한 운젠·후겐다케 재해 현장에서 활용된 것을 계기로 작년 1월에 발생한 노토 반도 지진에서도 오바야시 상사가 통행로 정비에 원격 시공을 도입했다.
원격 시공은 근로방식 개혁으로도 이어진다. 예를 들어 장시간 진동에 노출되는 불도저 작업의 경우 몸에 가해지는 부하로부터 해방된다. 현장 이동 시간도 줄일 수 있으며, 한여름에 자주 발생하는 일사병도 예방할 수 있다.
국가도 제도로 뒷받침한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평시에 원격 시공을 활용하는 규칙 마련에 착수했다. 공사의 정의 및 발주하는 절차를 정리하여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공표하기로 했다.
중장비를 콘셉트로 하는 카페도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작년 8월 시즈오카시에 중장비 카페 '크루지'가 오픈했다. 굴삭기와 트랙터 등의 중장비를 취급하는 회사가 운영하는 카페다. 매장 내에는 크레인 미니어처가 있고, 미니 덤프카 등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이 즐비하다.
특히 중장비 조종을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능숙해지면 이 회사에 스카우트될지도 모른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파내다'라는 의미가 있는 '크루지'라는 이름의 깊게 파먹는 파르페, 삽 모양의 스푼 등 중장비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고객들마저 친근감을 갖게 하는 카페다. 미래 일꾼들을 확보하고자 하는 이런 노력들이 가히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