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내란수괴 등 혐의를 받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재집행에 응했지만 수사에 난관이 계속될 전망이다. 공수처는 200쪽 이상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해 내란 피의사실 적극 추궁에 나섰지만, 윤 대통령은 장외 여론전에 주력해온 것과 달리 진술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투입된 지 6시간여 만인 오전 10시33분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호송차량 대신 대통령경호처 경호차량을 타고 이동을 시작한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53분쯤 과천정부청사 공수처로 호송됐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지 12일 만에야 2차 영장을 집행, 조사를 개시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첫 조사를 받았다. 대통령과 같은 검사 출신이자 사법연수원 7기수 후배인 이재승(연수원 30기) 공수처 차장이 맡아 '예우' 차원으로 보이나, 관례적인 '티타임'은 없었다. 영상녹화는 윤 대통령이 거부했다. 오후 2시40분 이대환 부장검사가 조사를 재개했다. 공수처 측은 1차 체포 시도 때보다 보강된 200쪽 이상 질문지를 준비했다.
윤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가운데,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전 모의부터 세부 실행 정황을 추궁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 상태에서 조사할 수 있는 17일 오전 10시33분(체포 48시간 뒤)까지 구속영장 청구 또는 석방 결정을 해야 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밤 비상계엄을 위헌·위법하게 선포하고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 즉 내란의 우두머리로 지목됐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무장 계엄군 투입으로 국회를 봉쇄하고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권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의원들을)끌어내라"며 발포를 명령,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 계속 진행하라"며 추가 계엄을 언급한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조사가 오염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또 계엄군이 동원한 실탄의 양이 5만7735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당시 대표 등 정계 요인 10여명과 중앙선관위 공무원 등을 영장 없이 체포하고 수방사 벙커에 구금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검·경으로부터 수사기록 등을 넘겨받아 윤 대통령의 혐의를 구체화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직전 소집한 국무위원들의 만류 속 계엄 선포를 강행했다. 검찰은 국무회의를 위한 계엄선포 안건이 제출되지 않았고 회의록도 없어 절차 위반으로 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15일 국회 내란 혐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국무회의 심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시 현장 지휘관들에게 전화해 적극적으로 상황을 지휘했고, 지난해 3월부터 김 전 장관 등과 계엄을 수차례 논의한 의혹도 받고 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계기 내란수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체포영장 집행으로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받는 가운데, 건물 입구에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공수처는 대면조사에서 피의자들 진술과 주요 사실관계를 신속히 교차 확인할 전망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까지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건 아니다"고 했고, 공수처에 직접 진술 또는 입장문 제출을 모두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될 경우 공수처는 검찰과 최장 20일인 구금기간을 열흘씩 나눠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