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로 뚫린 저지선, 롤러코스터 같았던 윤 대통령 `7시간 체포작전`

4시 30분 관저 앞서 가로막혀
7시부터 사다리로 차벽 넘어
2시간 협상후 10시에 尹 체포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7시간가량 걸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영장 집행 시도 끝에 공수처로 이송됐다.

대통령경호처의 반발로 인한 물리적 충돌 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극렬 저항 등의 돌발 사태는 없었다. 예상 외로 경호처가 큰 저항 없이 길을 터주면서 상황이 7시간여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던 '체포 작전'은 시작된 것은 이날 오전 3시20분부터다. 경찰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을 지킨 윤 대통령 탄핵·체포 찬반 집회 참가자가 6000여명에 달해 기동대 54개 부대, 3200여명을 투입해 현장관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1시간 정도 지난 뒤, 경찰이 확보한 통로를 통해 공수처 수사팀 차량이 통과했다.

이들은 체포·수색영장을 쥐고 관저 앞에 도착했다. 영장에 적힌 작전 장소는 관저·사저·안전 가옥이었다.

오전 4시 30분쯤 관저 앞에 도착한 공수처와 경찰은 한 시간가량 준비 후 오전 5시10분쯤 경호처에 영장을 제시하고 집행 협조를 구했지만, 호위무사를 자처한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국민의힘 의원 수십명에게 가로막혔다. 이들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주변 시위대가 몰려들어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집행 초반에는 다소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공성 병기'가 투입되면서 교착 상태가 풀리기 시작했다.

오전 7시부터 경찰은 철조망을 절단하고 차벽을 넘기 위해 사다리와 절단기를 보급했다. 현장에는 크레인 등 중장비도 배치됐다.

오전 7시30분쯤 경찰과 공수처는 경호처가 설치한 차벽을 넘기 위해 사다리를 동원했고, 철조망을 제거하면서 관저 출입문을 넘는 데 성공했다.

한번 물꼬가 트이자, 체포영장 집행 인력들이 관저 내부를 빠르게 장악해나갔다. 오전 7시33분 1차 저지선을 돌파했고, 7시48분에는 2차 저지선을 우회했다. 7시57분 철문과 차벽이 쳐진 3차 저지선 앞에 도착했고,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관저 내부로 들어가 영장 집행과 관련한 협상에 돌입했다.



일부 경찰이 매봉산 등산로를 통해 관저 진입에 나섰다가, 관저로 통하는 2·3차 저지선이 순조롭게 뚫리자 추가적인 시도를 하진 않았다.

관저로 진입한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 만나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 따른 체포라는 점과 함께 윤 대통령이 체포 후 공수처로 가서 조사받아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자진 출석 형태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조율이 이뤄졌고, 공수처와 경찰은 오전 10시33분 영장을 집행해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윤 대통령은 경호처 차에 탑승해 경기 과천시 공수처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부득이 오늘 중 공수처에 직접 출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호처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생기면 심각한 불상사가 뻔히 예상된다"며 "대통령으로서 그런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는 심정에서 공수처의 수사나 체포 시도가 명백히 불법인 줄 알면서도 불가피하게 결단한 것"이라며 밝혔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 대해 체포가 아닌 '출석'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공수처와의 협의에 따라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이런 표현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