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인공지능(AI)·로봇 사업에 속도를 낸다.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점유율 1%에 불과했던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새 성장 동력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넥스트칩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부를 출범시켰다. 로봇용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함이다. 넥스트칩은 지난 1997년 출범 후 자율주행차량용 반도체 설계를 업으로 삼아왔는데, 올해부터는 로봇 분야에서도 매출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넥스트칩이 구상하고 로봇 사업 모델은 자율주행 기능이 접목된 '서비스 로봇'이다. 넥스트칩은 서비스 로봇이 서빙·배달 등 간단한 작업뿐 아니라 방역 로봇이나 산업용 공장에서 쓰이는 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과는 다른 분야의 로봇이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차량용 자율주행 반도체 기술의 80% 정도는 로봇 사업에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기술을 로봇 사업에 접목시켜 새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간 데이터센터 시장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주도해왔지만, 최근 비용과 발열 문제 등에 부딪히고 있다. 국내 팹리스사들은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과 전력 소비를 낮추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파두는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신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전력효율을 높이는 자체 개발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 자회사 '이음'을 통해 CXL 스위치도 선보일 계획이다. CXL은 AI 서버에서 CPU와 메모리 간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파네시아도 CXL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파네시아는 지난해 CXL 분야에서 독자적인 데이터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시리즈A 투자에서 34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8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파네시아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스템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에 불과했으나, 여러 팹리스 기업이 AI 시장 확대를 계기로 도약의 발판을 새로 마련하고 있다"며 "팹리스 기업이 올 하반기부터는 로봇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