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 가속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8년까지 세 배 증가
트럼프 정부서 유지 여부는 불투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 제공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가속하기 위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최첨단 AI 모델의 훈련과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파워와 전기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 행정명령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에도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풍력과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를 통해 데이터센터 전력을 공급하는 '친환경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사기'라고 비판해 온 바 있다.

◇퇴임 앞둔 바이든…'AI 인프라 건설 가속화' 행정명령=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행정부가 기업에 연방 정부 부지 임대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와 청정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미래를 정의할 기술에서 뒤처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국가 경쟁력과 안보, AI 안전, 청정에너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차세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속도를 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부(DOD)와 에너지부(DOE)가 관리하는 연방 부지를 민간 기업에 임대해 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와 청정에너지 시설을 건설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풍력과 태양광 같은 청정에너지로 충당하려는 조치다. 또 연방 부지 사용을 통해 전력망 연결을 용이하게 하고, 관련 허가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며, 송전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포함돼 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추이. LBNL 제공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추이. LBNL 제공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복잡한 계산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대규모 전력이 소모된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은 지난 10년 동안 전체 전력 소비의 1.9%에서 4.4%로 증가했다. 2028년에는 이 수치가 최대 세 배 더 늘어나 전체 전력 소비의 1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첨단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자원은 앞으로도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타룬 샤브라 백악관 기술 고문은 "2028년경 주요 AI 개발자들이 5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 할 것"이라며 전력 인프라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친환경 정책'의 일환…트럼프 당선 이후 유지는 의문= 이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해 온 탈탄소화 전략과 연결된다. AI 인프라와 청정에너지 기술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AI 경쟁에서 미국이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기존의 화석 연료 기반 인프라의 수명을 연장하는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탈탄소화 목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 단체들은 이번 행정명령이 환경 기준을 완화하거나, 탈탄소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요한나 노이만 환경 아메리카 연구정책센터 수석 이사는 "AI의 끝없는 에너지 수요가 미국의 탈탄소화 노력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며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청정에너지를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가드레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있어 미국산 반도체 사용을 의무화한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기업들은 연방 부지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적정 비율'의 미국산 반도체를 구매해야 한다. 구체적인 구매 수량은 각 프로젝트별로 협의될 예정이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300억달러(약 43조 8660억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과 연계돼 있다.

샤브라 기술 고문은 "국가 안보 관점에서, 첨단 AI 운영을 지원할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미국 내에서 구축하는 경로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가장 강력한 AI 모델이 안전하게 미국 내에서 훈련되고 저장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에도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그린 뉴 스캠(친환경 빙자 사기)'이라고 비판해 왔다. 아울러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상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행정명령을 폐기하거나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바이든에게 데이터 센터 확장을 서둘러 추진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로드아일랜드 민주당 상원의원 셸던 화이트하우스는 "요금 납부자와 미래 세대는 AI 붐으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기술 회사의 끝없는 에너지 수요 비용을 부담해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시행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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