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법제의 기반을 다지면서 진흥과 규제를 본격적으로 펼쳐나가기 위한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발전과 안전 사이 균형점을 찾고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의견수렴과 신중한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기본법) 하위법령 정비단'을 본격 출범한다고 15일 밝혔다. AI기본법은 여야 합의와 19개 법안 병합을 통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이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다.

AI기본법은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포괄적인 형태의 AI 관련 법안을 제정한 것으로, 국가 차원의 AI거버넌스 정립과 AI산업의 체계적 육성 및 AI 위험 사전 예방 등을 위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기본적인 틀을 먼저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 제정을 추진했던 만큼, 앞으로 마련될 하위법령의 중요도와 영향력도 상당할 전망이다.

이날 킥오프 회의를 시작으로 운영을 개시한 'AI기본법 하위법령 정비단'은 시행령 초안을 신속히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과기정통부와 산업계·학계·법조계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국가AI위원회 법제도분과가 자문을 맡고 법제처(미래법제혁신기획단)도 회의에 참여한다. 정비단에서 초안을 마련한 뒤 관계부처 및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다.

AI기본법 하위법령 정비단 구성. 과기정통부 제공
AI기본법 하위법령 정비단 구성. 과기정통부 제공
법안에 포함된 고영향AI, 생성형AI 등에 대해 그 기준과 적용례를 구체화하는 것 또한 정비단의 과제다. 법에 근거한 △고영향AI 기준과 예시에 관한 가이드라인 △고영향AI 사업자 책무 가이드라인 △AI안전성 확보 의무 고시 △AI영향평가 가이드라인 △AI투명성 확보 의무 가이드라인 등에 대해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한 별도 태스크포스(TF) 운영을 병행 예정이다.

특히 고영향AI 기준·예시에 대해선 관계부처 등도 참여해 분야별로 초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초 발의 이후 여러 논의를 거쳐 4년 만에 제정된 AI기본법이지만, 최종안에 대해선 충분한 의견 수렴·반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가 후속 입법과제에 대해 다룬 보고서에서는 고영향AI뿐 아니라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성형AI 등까지 학습데이터 설명 및 기술문서 작성·보관의 의무대상으로 확대하고, 고영향AI의 영향평가 범위를 기본권 이외의 위험까지 확장하는 방안도 제언한 바 있다. 다만 EU도 트럼프 2기에 대응해 AI 관련 법제를 손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적절한 방향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밖에 보고서는 AI리터러시 함양 필요성을 짚었는데, 이는 각계에서도 공통적·지속적으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기본법 외에 개인정보보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각각 추진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저작권법 개정 관련해서는 보호와 활용 간 균형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주문했다.

국가 AI거버넌스 기반의 실질적이고 균형 있는 진흥·규제를 위해서는 AI기본법의 하위법령 역시 제대로 갖춰질 필요가 있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가천대 법학 교수)은 "AI법제 관련해서도 글로벌 흐름을 꾸준히 주시해야 한다.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이라며 "AI기본법의 시행령 등 하위법령은 산업과 사회에 실질적 영향을 끼칠 내용이니만큼 더욱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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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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