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항소심 제11차 변론…건보 이사장 참석해 발언
건보 "담배 오늘날 발견됐다면 '마약' 취급돼 관리됐을 것"
담배회사 측 "마약과 비교 안 돼…담배는 개인 선택 문제"
건보 1심 패소 이후 항소심 이어가…11년째 소송 진행 중

15일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담배소송 항소심 제11차 변론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건보공단 제공>
15일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담배소송 항소심 제11차 변론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건보공단 제공>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5일 "담배회사들은 환자의 고통과 죽음으로 작성된 증거들을 하나하나 진정성을 가지고 검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이날 서울고등법원에서 담배소송 항소심 제11차 변론에 직접 참석해 "오늘날 담배가 발견됐다면, 마약처럼 취급돼 그 제조와 유통이 국가에 의해 엄격하게 규제됐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죽어가고 있는 환자가 담배를 끊지 못하고 병실에서까지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니코틴 중독 때문"이라며 "담배 회사들은 중독성과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그 알림마저 지연시킨 것에 대한 충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법원이 1심 판결을 유지한다면, 국민에게 '흡연은 그냥 또 다른 폐암의 요인일 뿐이니 적당히 관리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담배회사 측은 건보공단이 제시한 근거들은 질병이 걸린 사람들만을 분석한 것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제외한 채 만들어진 근거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담배회사 측은 "역학은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특정 인구집단의 질병 원인에 대한 가설을 설립하고 일반적인 연관성을 밝히는 것"이라며 "개별이 아닌 집단에서 한 연구로서 한계를 갖는다. 집단의 역학적 결과를 모든 개인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이 중독의 원인으로 꼽는 '니코틴'에 대해서도 끊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중독성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피력했다.

담배회사 측은 "니코틴을 중독성과 의존성 측면에서 마약과 닮았다고 많이들 예로 든다. 그러나 마약과 흡연의 중독성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며 "한 번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끊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담배소송 추진 경과. <건보공단 제공>
담배소송 추진 경과. <건보공단 제공>
담배소송은 건보공단이 담배를 제조·수입해 판매한 담배회사(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및 제조사)에 2014년 4월 제기한 소송이다. 흡연 폐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 및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라는 게 건보공단 측 설명이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533억원 규모다. 공단은 20년 이상 흡연한 후 폐암과 후두암에 걸린 3465명의 진료비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2020년 11월 20일 1심에서 패소했다. 약 6년 7개월간 소송을 이어갔으나, 법원은 흡연과 폐암 발병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책임도 불분명하다고 판시했다.

공단은 2020년 12월 즉각 항고해 현재까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4월부터 이날까지 총 11차례 변론을 이어가고 있다. 항소심에서는 사실상 이날 처음으로 인과관계에 대한 실질 변론이 진행됐다.

길어진 소송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건보공단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직 이사장이 재판에 직접 참석한 배경이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직접 흡연으로 사망한 국민 수는 2018년 6만4157명이다. 2019년에도 5만8036명으로 추정된다. 흡연 관련 질환 치료비는 지난 5년간 17조375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진료비는 3조2591억원으로 5년 전과 비교해 15.4%가량 늘었다.

한편, 담배소송 항소심 12차 변론은 4월 23일 열릴 예정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이날 변론이 종결될 예정이다.

세종=이민우기자 mw3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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