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증언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펴냄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벌어졌던 조선인 학살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와세다대학 객원교수를 지낸 저자는 20여 년간 '사건'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증인들을 만나며 방대한 문헌과 자료를 연구해 책을 완성했다. 저자는 일본 정부가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삭제하려 했던 진실을 복원했다.

책은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간토대지진과 조선인 학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중요한 날짜와 시간을 정리했다. 자연재해가 인간에 의해 어떻게 인재(人災)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장에선 문학적 접근을 통해 간토대지진을 성찰한다. 일본 시인 쓰보이 시게지의 장시 '쥬우고엔 고쥬센'(15엔 50전)을 국내 초역으로 소개했다. 쓰보이는 시를 통해 조선인 학살의 참혹함을 고발하면서 그 책임을 묻는다. 분노와 애정을 넘어 국제연대를 목표로 제시한다. 3장에선 한국인과 일본인 작가·예술가들의 증언을 살펴본다. 이기영, 김동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미야자와 겐지, 오스기 사카에, 마우라 아야코,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등이 남긴 기록이다.

4장에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개인과 단체들을 소개한다. 후세 다쓰지, 오에 겐자부로, 오무라 마스오, 세키 고젠, 미야카와 야스히코, 니시자키 마사오, 오야마 레이지 등이다.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마음에 두고 기억해야 할 인물들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피해자는 트라우마에, 가해자는 삭제와 왜곡의 거짓에 시달리는 상황을 어떻게 치유할지를 살펴면서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책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을 넘어 현재와 미래를 위한 실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며, 한일 양국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희망을 제시하는 책이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방법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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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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