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장악하고 있는데 미국이 운하를 되찾아야 한다", "캐나다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고 싶다. 아름답고 적절한 이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쏟아낸 팽창주의적 발언이다. 나아가 군사적 압박도 부인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당장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린란드는 북극권에 위치한 세계 최대 섬이다. 면적은 한반의 9.7배이고, 인구는 약 5만6000명이다. 덴마크 영토이지만 외교·군사 문제를 제외하고는 자치권을 누리고 있다. 그린란드의 인류 역사는 약 4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스키모로 불리는 이누이트 원주민들이 수렵과 어업을 중심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10세기에 이르러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바이킹들이 정착했다.
노르웨이계 '붉은머리 에릭'(에릭 더 레드·Erik the Red)은 이 곳으로 이주해 정착지를 세우며 섬의 이름을 '그린란드'라고 지었다. 더 많은 이주자를 모으기 위해 마치 살기 좋은 땅인양 이름에 '그린'을 붙였다. 그런데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진짜 '그린란드'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과 풍부한 자원을 거론하며 그린란드를 팔라고 덴마크를 압박하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 그린란드가 '보물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린란드 매입 시도는 집권 2기에 들어서 더욱 강경한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남미에 대해선 적극적인 개입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파나마 운하의 관할권을 되찾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이 지나치게 높은 운하 이용료를 부담하고 있으며, 특히 운하가 중국의 영향 아래 놓여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과거 미국이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거리를 두는 대신 중남미에 집중했던 외교 전략을 연상시킨다.
캐나다도 주요 목표물이다. 트럼프는 캐나다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며,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협상 태도를 드러냈다. 특히,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조롱 섞인 발언은 양국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캐나다 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됐다. 결국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사임을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의 압박 전략이 상대국의 정치 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효과를 발휘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집권 1기부터 강조했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슬로건을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단순한 이익 극대화에서 벗어나 영토적 팽창주의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단순한 외교정책 수정이 아닌, 미국 중심의 새로운 패권체제를 구축하려는 신호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런 트럼프의 행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사적 확장과 비교되기도 한다. 두 지도자는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자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트럼프가 푸틴처럼 팽창주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이는 세계 질서에 새로운 불안을 야기할 것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에게 새로운 대응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의 팽창주의는 단순히 경제적 계산이나 전략적 필요를 넘어, 그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굳히기 위한 개인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과거 알래스카와 루이지애나 매입이 미국 역사를 새롭게 그렸던 것처럼, 트럼프도 자신의 이름을 또 다른 지도에 남기고자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21세기의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시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의 행보는 세계 질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는 트럼프 2기 시대 국제정치를 관통하는 핵심 질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