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식품산업 컨설팅업체 '푸드 바이 디자인'(Food By Design)은 2024년 식품산업계 전망 보고서에서 식품 트렌드 네 가지를 꼽았다. 식물성 단백질 식품의 부상, 인공지능(AI) 생성 조리법, 향신료를 가미하는 스파이콜로지(Spicology)와 더불어 한국 음식의 인기가 4대 이슈로 제시됐다.
당시 보고서는 "케이-푸드가 마침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며 "새롭고 매콤한 한국 요리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글로벌 식단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됐다"라고 했다. 또 "한식은 이제 한국을 넘어 파리, 런던, 암스테르담, 뉴욕 등의 레스토랑, 패스트푸드 체인점, 슈퍼마켓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앞으로 떡볶이, 잡채와 같은 새로운 한국 음식이 합류하면서 인기가 더욱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음식이 네덜란드 회사가 꼽은 국제 트렌드에 선정될 정도로 떴다는 걸 알 수 있다.
보고서에서 열거된 도시 중에 뉴욕이 있었는데, 뉴욕에서 지난해 연말 주목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미슐랭 가이드'가 발표한 '2024 뉴욕 가이드'에서 한식당이 별 셋을 받은 사건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자동차 여행 문화를 활성화시켜 매출을 올리려는 타이어 회사의 여행 정보지로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식 정보지로 자리 잡았다. 미슐랭에서 별을 받기만 하면 그 식당은 요식업계의 스타로 뜬다. 많은 요리사들의 꿈이 미슐랭 별을 하나라도 받아보는 것이다.
미슐랭 별 중에서 최고점이 별 셋이다. 별 하나는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 별 둘은 '요리가 훌륭하여, 멀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 별 셋은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뜻이다. 그 식당 하나 때문에 여행을 떠날 정도의 가치이니 가히 관광명소급 위상이다.
미국은 이민자의 천국으로 세계의 요리가 모인 곳이다. 최대 경제대국으로 소득도 많고 인구가 3억4500만명이나 된다. 당연히 곳곳에 대도시가 발달했고 뛰어난 식당도 무수히 많다. 그런 미국 전체를 통틀어 미슐랭 별 셋 식당은 14곳에 불과하다. 미슐랭 별 셋 획득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미국에서도 특히 뉴욕은 세계 요리의 집산지로 유명하다. 그런 뉴욕에서 이번에 미슐랭 별 셋 식당은 5곳만 배출됐다. 그중에 한식당이 낀 것이다. 바로 'Jungsik New York(뉴욕 정식당)'이 그 별 셋의 주인공이다. 프랑스 요리 식당과 일식당도 각각 1곳씩 별 셋을 받았다. 이들과 더불어 한식당이 세계적인 미식 도시 뉴욕의 5대 식당으로 꼽힌 셈이다.
프랑스 요리는 서구 요리의 정수로 과거부터 유명했다. 일본 요리는, 일본이 서구에서 중국과 함께 동양을 대표하는 나라로 인정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떴다. 특히 일본 문화는 신비로운 동양 문명이라는 판타지가 서구에 퍼져 요리까지 더 각광받게 됐다. 반면에 한국은 나라 자체가 존재감이 없었고, 드물게 한국을 아는 서구인도 전쟁 정도의 이미지만을 떠올릴 때가 많았다. 한국 김치는 서구인들이 질색하는 혐오 음식이기까지 했다.
그랬던 한국 음식이 이젠 서구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뜨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네덜란드 회사가 한국 음식의 인기를 세계 4대 식품 이슈로 꼽고, 뉴욕에서 한식당이 미슐랭 별 셋을 받을 정도로 말이다.
뉴욕 정식당은 2011년에 개업해 그동안 미슐랭 별 하나, 둘을 받아오다 이번에 12년 만에 별 셋을 받았다. 그동안 맛이 변한 것이 아니라 한식을 바라보는 미슐랭의 시각이 바뀌었다. 미슐랭 별 한식당이 2010년까지 0개였다가 2023년에 31개, 2024년엔 84개가 됐다. 최근 들어 폭증하는데 그 사이에 한식의 맛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달라진 건 미슐랭의 태도라는 걸 알 수 있다.
국내외 정식당을 이끄는 임정식 대표는 10여 년 전만 해도 비주류였던 한식이 지금은 "뉴욕 전역으로 저변이 확장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미국 언론에서 한식을 빼면 이야깃거리가 없을 정도다. 이제는 코리아만 붙으면 일단 화제성을 잡고 가는 분위기다. 그만큼 한식은 핫한 것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한식이 주류 문화로 뜬다고도 했다.
그러니 한식이 국제적 이슈로 꼽히기도 하고 미슐랭의 태도도 달라지게 된 것이다. 김치의 위상도 완전히 역전됐다. 아르헨티나에서 법령으로 김치의 날을 제정할 정도다. 한국 경제성장, 한류문화 인기에 힘입어 새해에도 한식의 부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