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시 다발한 산불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풍까지 예보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손해를 입힌 자연재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산불에 주민들은 망연자실입니다.
LA 카운티 동부 내륙의 '이튼 산불' 지역 알타데나의 주택가는 그야말로 초토화됐습니다. 이 동네 초입인 아래쪽에 자리 잡은 주택들은 다행히 별 피해는 없었지만 오르막 차로를 따라 산지에 가까운 지역에는 시꺼멓게 불에 타고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 수두룩합니다. 새까만 벽체나 골조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처참한 모습입니다.
단단한 콘크리트 재질의 벽체가 종잇장처럼 무참히 구겨진 모습은 이번 화마의 가공할 만한 위력을 실감케 합니다. LA 카운티 보안관 로버트 루나는 화재 현황을 전하는 언론 브리핑에서 "일부 지역은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산불을 급속히 키운 돌풍에 대해서도 "바람이 이 정도로 심한 적은 결코 없었다. 분명히 (기후변화 측면에서) 뭔가가 달라졌고, 그게 정말 무섭다"며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산불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1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국립기상청은 오는 15일까지 화재 상황에 대해 적색경보를 발령했으며, 돌풍을 예보했습니다. 기상청은 이 기간 풍속이 시속 50마일(80㎞/h)에 달하고, 산에는 돌풍이 불어 시속 70마일(113㎞/h)에 달할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기상청 기상학자 리치 톰슨은 오는 14일이 가장 위험한 날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및 미국내 기타 9개 주와 멕시코에서 온 소방 인력과 장비가 투입돼 진압에 나서고 있습니다. 투입된 인력은 1만4000명 이상으로, 소방차와 항공기도 각각 1354대와 함께 84대가 투입됐습니다.
이날 오전 현재 서부 해변의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을 비롯해 LA 카운티 내 4건의 산불로 160㎢가 불에 탔습니다. 이는 샌프란시스코보다 넓은 면적입니다. 가장 큰 산불인 '팰리세이즈 산불'의 진압률은 약 11%, '이튼 산불'의 진압률은 27%입니다.
산불이 계속되면서 피해도 늘어 사망자 16명, 실종자는 16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피해가 계속 늘어나면서 불에 탄 건물도 1만채를 훌쩍 넘어 1만2000채에 달했습니다.
수많은 주민이 화재를 피해 대피하면서 빈집이나 상점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는 등의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CNN에 따르면 이날까지 약탈 혐의로 29명이 체포됐습니다
반려견을 비롯한 동물들 역시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패서디나에 있는 동물 보호소 '패서디나 휴메인'에만 지난 나흘간 동물 약 400마리가 수용됐습니다. 버뱅크에 있는 LA 승마센터도 말과 당나귀 등 동물 약 400마리를 수용해 돌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소유주가 화재경보에 대피하면서 맡기고 갔거나, 불길에 놀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경찰이 발견해 데리고 온 동물들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액을 1350억달러(약 200조원)~1500억달러(약 221조원)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미 산불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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