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우연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자발적 우연으로 반복적이고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운과 같이 인간 활동과 관련된 우연으로 의도하지 않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다. 후자가 '동시성으로 특정한 이유나 인과 관계 없이' 발생한다면, 전자는 '자연 현상일 가능성이 대체로 높은' 비인간적이고 비의도적인 경우다. 예측 가능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느냐의 차이다.
같은 우연이지만 하나는 막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그럴 수 없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마키아벨리의 포르투나(운명)를 비르투(의지)로 제어하거나 보완하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만남은 어떤 우연일까? 2021년 양자는 "자유민주주의의 공통 가치를 공유"하며 정권 교체 목표를 위해 협력한다. 한쪽은 입당 압박과 지지율 하락의 대중적 피로감 극복이 필요했고, 다른 한쪽은 당 이미지 쇄신과 정권 교체의 상징적 인물이 요청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유력한 대선 후보 윤석열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정책 대안은 없었다. 대통령 취임 2년 반 후 그의 임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과 검찰 중심의 권력 운용'으로 평가된다.
대선 후보 윤석열과 대통령 윤석열의 비전과 정책적 대안 부재의 빈 자리는 국민의힘이 메웠어야 했다. 윤 대통령 임기 동안이나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계엄과 탄핵' 장면들의 근본적 한계나 실패는 그 때부터 이미 잉태되었을지 모른다. 윤 대통령에게 여당은 정권 교체와 권력 유지의 도구에 불과했다. 여당은 독립적 존재라기보다는 대통령의 정책과 권력을 지지하는 부하 집단이었다. 대통령은 여당뿐 만아니라 국회와 내각도 자신을 따르는 수직적 관계의 정점이었다.
윤석열 레거시는 분명하다. 정치 과정과 정당의 이해는 리더십의 필수 덕목이다. 정당과 의회의 다양성이 중요하고 '준비 안 된 권력은 위험하다'는 교훈이다. 결과는 정치적 갈등 구조의 심화이자 악화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우연한 만남의 결과'는 여당의 실패다. 국민의힘은 '극우 지역 정당화'의 위기에 직면한다. 계엄 사태에서 민주주의 원칙의 수호보다는 정권 유지를 우선하며 민주적 책임성의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면 '1극 유일 체제의 야당'은 어떨까? 민주당은 이재명 2심 전 대선을 목표로 "6개월 내에 끝낸다"면서 '닥치고 공격 중'이다.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이재명 대표는 2024년 전당대회에서 85%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총선 압승과 당헌·당규 개정은 이 대표를 민주당 역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리더로 만들었다.
대가는 분명하다. 당내 다양성과 역동성의 상실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독주 체제'로 불리며 과거 민주당의 포용적 정치 문화가 사라졌다고 평가된다. '사당화' 논란으로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뜯어민주당 재명세' 논란은 정치적 목적을 최우선으로 한 기민함과 민첩한 변신의 이재명 리더십을 상징한다. 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제 기준을 올리자는 입장에서 시행 한 달을 앞두고 이를 바뀐다. '초부자 감세 저지'를 내세우면서도 특정 계층 공략을 위해 예외를 두는 방식이다. 둘 다 이재명 대표의 결단이다.
양당의 사례는 공화국의 걱정이다. 윤석열과 여당의 만남처럼 '어쩌다 우연'이 '자동적이며 반복적이어서 예측 가능한 우연'으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당이 문제라는 말이다. 정당과 정당 연구소의 역할이 핵심으로 당력을 키워야 한다. 권력 획득과 장악의 도구나 정치 양극화의 주체가 아니라 정당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당내 민주주의와 다양성 그리고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 여당은 대통령의 하수인 역할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가 관건이다. 야당은 '제왕적 대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출발점이다. 중앙집권적 구조의 분권화와 민주적 공천은 양당 모두의 과제다.
둘째, 당론으로 대표되는 정당 집단주의와 정당의 정체성 유지 간의 균형이다. 권력 획득을 위한 공동체로서의 정당과 개별적 헌법기관으로서의 자율성의 조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다.
셋째, 대한민국 미래의 설계와 실천 가능한 정책 대안의 준비다. 정당 정책연구소의 핵심 역할로 정당의 문제해결 능력이다. 정당 복원과 회복이 없는 한 정치 위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