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재표결 끝에 부결된 8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재표결 끝에 부결된 8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공수처와 윤 대통령측 간 연일 설전이 벌어지면서 국민들 간 갈등의 골도 자칫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고 있다. 신속하고 강도높은 수사를 천명하는 공수처와 거야(巨野)는 장갑차와 경찰 특공대를 동원해서라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윤 대통령측은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 수사기관이 편법 영장 대신 법에 명시된 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을 받아오면 응할 의향이 있다며, 법에 정해진 절차와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은 9일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고, 야당이 후보자의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인 '비토권'은 담지 않은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군사 비밀 등의 유출 우려에 관해선 압수수색을 허용하지만 언론 브리핑은 할 수 없도록 했다. 대신 기존 특검법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외환(外患) 범죄'를 수사 범위에 포함했다. 이번 수정 특검법은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헌법의 틀 안에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입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혀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남아있는 쟁점은 특검의 수사범위와 추가된 외환죄이다. 거야의 내란특검법 수정안은 특검이 윤 대통령의 내란 총지휘 의혹, 내란 종사·모의·가담한 인사들에 대한 의혹과 함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도 수사할 수 있는 조항을 담았다.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모호한 데다, 내란 의혹외에 '별건 수사'까지 가능하다. 여권과 보수층이 "보수의 씨를 말리려는 법안"이라는 이유다. 또 거야는 윤 대통령이 '내란 사태'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군사 공격을 유도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외환 혐의를 추가했는데 이 역시 논란 소지가 크다. 민주당은 구체적 물증없이 '평양 무인기' 소동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주도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설령 그렇더라도 북한이 오물풍선은 물론 용산 대통령실에까지 무인기를 보낸 점에 비춰볼때 이를 외환죄라고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조급하게 탄핵 수사 및 재판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을 조기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주적 절차도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지금으로선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중립적 특검을 통해 윤 대통령 비상계엄을 수사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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