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열·남창희·정준호 등 참석 신사업·재무건전성 확보안 주목 9개 계열사 AI 혁신사례도 살펴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이 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상반기 VCM' 행사 참석에 앞서 계열사들이 전시한 인공지능(AI) 우수 혁신사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롯데그룹 VCM
신동빈 회장은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라는 말로 다소 무겁게 2025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을 열었다.
신 회장은 9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VCM에서 현재 그룹이 놓인 어려움을 타파하고 대혁신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그룹이 가진 자산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지금의 난관을 돌파하자고 역설한 것이다.
시종일관 엄중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VCM에서 신 회장은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라며 그룹 실적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어서 "빠른 시간 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 회장은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외부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라고 단호하게 지적했다. 이어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 강조하며, CEO들에게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룹의 본질적인 쇄신을 위해 CEO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올해의 경영 방침으로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 등을 제시했다.
먼저 신 회장은 관성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구조와 업무 방식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과거의 연장선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목표를 수립하는 기존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도전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국내 경제, 인구 전망을 고려했을 때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신규 글로벌 사업 모색을 당부했다. 이를 위해 해외 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차별화된 사업 전략을 수립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달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우리 롯데그룹은 역경을 극복하는 DNA가 있어 IMF, 코로나 펜데믹 등 수많은 위기를 모두 돌파해왔다"며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어떤 위기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당부로 VCM을 마무리했다.
이날 참석한 사장단들의 표정은 사뭇 무거웠다. 소위 '지라시(정보지)'발(發) 유동성 위기설로 홍역을 치른 엄중한 분위기와 고조되고 있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반영하듯, 입은 굳게 닫혔고 눈빛은 심각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은 취재진 도착 전인 오전 11시께, 회의가 열리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로비로 들어섰다.
이어 12시에서 1시 사이 타마츠카 겐이치 일본롯데 대표,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박익진 롯데온 대표 등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입장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역시 묵묵부답, 심각한 표정으로 일관한 채 취재진 앞을 재빠르게 지나갔다.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 역시 굳은 표정으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롯데월드타워 내 사무실에서 내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의장이 있는 31층으로 이동했다.
신 회장과 사장단은 회의에 앞서 AI(인공지능) 혁신을 주제로 한 'AI 과제 쇼케이스'를 참관했다. 행사에는 롯데이노베이트, 대홍기획 등 9개 계열사가 참여해 AI 우수 활용 사례를 선보였다.
이어 오후 1시33분께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룹의 사업 방향과 전략 점검을 위한 논의가 5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날 신 회장의 메시지는 롯데의 위기 대처 방향과 지속 성장을 담보할 미래 사업 추진 방안에 집중됐다. 또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설을 겪은 만큼,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 급등과 내수 경기 침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 등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만큼, 롯데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변화가 요구됐다.
롯데는 매년 매년 상반기(1월)와 하반기(7월) 두차례 VCM을 개최해 오고 있다. 통상 상반기 VCM에서는 전년도 경영성과를 돌아보고 당해 경영 목표를 수립해 공유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