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11.5조·경상 12조 등 투입
EV신모델 개발·전용공장 건설
美 등 지속적 해외 투자도 전망

현대자동차그룹이 9일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정의선(사진) 회장이 2025년 신년회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면밀한 준비와 대응에 대해 강조한 지 사흘 만이다. 현대차그룹은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한국을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 삼아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신년회에서 "올해 고객의 기대가 높아지고,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고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진단하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예측 불허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신흥 경쟁사의 도전 등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응해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20조4000억원)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를 단행한 데에 이어 올해도 투자를 늘리며 한국을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 삼아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R&D)투자 11조5000억원, 경상투자 12조원, 전략투자 8000억원을 각각 집행한다.

R&D투자는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수소 등 핵심 미래 역량 확보에 사용된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을 앞세워 전기차(EV)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지만, EV 신모델 개발도 꾸준히 확대해 풀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SDV도 소프트웨어 내재화를 통해 2026년까지 SDV 페이스 카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양산차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경상투자는 EV 전용공장 건설에 집중된다. 지난해 기아 광명 EVO 플랜트 가동 이후 올 하반기에는 기아 화성 EVO 플랜트를 완공하고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에는 초대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모델을 시작으로 다양한 차종을 양산할 계획이다. 울산 공장에는 차체를 통째로 제조하는 첨단 공법이 적용된 하이퍼캐스팅 공장도 신설될 예정으로, EV 등 차세대 제품의 성능 개선과 가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투자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핵심 미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행된다. 현대차그룹의 차량SW담당 조직과 SDV본부 내 R&D 조직이 통합된 AVP본부는 포티투닷과 함께 카메라 센서만을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회사 앞에 놓인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주요 거점에도 투자를 지속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어 보호무역 강화에 대한 대비로 미국 생산역량 및 R&D 역량을 확충할 것으로 관측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2024 LA오토쇼'에서 취재진에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 IRA 폐지·개정이나 환경규제, 관세 관련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짐작하며 "역내 투자, 현지화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EV 전용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하고 지난해 말부터 아이오닉 5 등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미국에 대형 제철소를 신규로 짓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자동차 강판 등을 용이하게 조달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2위 EV 시장이자 환경규제로 인해 친환경차 고성장이 예측되는 유럽에서도 생산역량 확충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체코공장이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지속적인 성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격려하며 "품질과 안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차는 유럽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시기를 대비해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현지 생산 EV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기아도 오토랜드 슬로바키아에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유럽 EV 현지 생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낸다.

이 밖에도 현대차 해외법인 최초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인도 시장 등 신흥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에 대응해 현지 생산 확대와 현지 전략형 모델 출시 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년 신년회에 참석해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년 신년회에 참석해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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