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허윤정 지음 / 시공사 펴냄



"살리려 했습니다. 내 앞에 온 그 누구라도." 환자를 한 명이라도 살리고 싶은 외상외과 의사의 기록이다. 병원 내에서도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 죽음과 삶 사이에서 인간의 허약함을 가장 생생히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외상센터다. 외상센터 의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망 선고를 내리기도 하고, 목숨을 살려 내기도 한다.

단국대 권역외상센터 의사인 저자는 메스를 들 때는 한없이 냉정한 의사지만 펜을 들 때는 부드럽고 감성적 시선을 가진 작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환자가 마지막 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그들의 인생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썼다고 밝힌다.

책은 3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플래티넘 미닛'은 외상센터 공간을 다룬다. 외상센터에 실려 오는 환자들은 비극적 사고로 인해 심한 손상을 입은 사람들이고, 이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환자의 가족들에겐 삶의 가장 큰 비극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의사와 의사 간의 대화는 피를 튀길 정도로 긴박하고,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누구나 외상센터를 갈 수 있다는, 죽음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려 달라고 외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삶과 죽음에 대해 더욱 뜨겁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장 '똑같은 환자가 없듯이'는 외상센터를 거쳐 간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의사와 자살 시도 환자로 만난 초등학교 동창(반갑다 친구야), 뼈란 뼈가 모두 부러지고 몸속에 흙이 가득 차 실려온 노동자(삶은 계란), , 사지 마비의 고통을 이기고 살아난 환자(D를 위한 편지), 120일간 '소양강 처녀'를 부르며 죽음을 이겨낸 60대 할머니(해애 저어무운~ 소오양강에)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소생과 죽음을 읽다 보면 교차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3장 '당신이 열두 번 실려 와도'는 저자 개인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의대생으로서의 고단한 삶, 여성 의사로 느낀 보람과 슬픔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치열한 '칼잡이'의 인간적인 뒷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만큼의 낭만은 없어도 거룩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외상센터의 하루하루를 읽어 나가다 보면 삶과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모습, 삶과 재생의 숭고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진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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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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