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위원회를 중심으로 법인의 가상자산 원화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의 단계적 허용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금융위는 7일 2025 업무계획 관련 기자 브리핑에서 "법인의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의 단계적 허용을 검토하고, 글로벌 규제 정합성 제고를 위한 '2단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원화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거래소마다 지정된 은행의 실명계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법인은 해당 실명계좌를 받을 수 없어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시장 확대와 법인이 보유한 가상자산 처분 등을 이유로 당국에 꾸준히 법인 실명계좌 허용을 요청해 왔지만, 당국은 자금세탁 우려를 내세우며 아직까지 허용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지난해 11월 가상자산 규제 관련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에서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법인의 원화거래소 이용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가상자산의 발행과 유통 관련 내용을 담은 2단계법을 추진하고,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도입, 사회적 신용 요건 강화 등으로 투자자 보호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밈코인 등에 대한 거래소 거래지원 심사기준을 보완하고 임직원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첨단 포렌식 장비를 도입해 불공정행위 조사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상자산 관련 전 세계적 인식의 변화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글로벌 규제와의 정합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스템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첫 번째 원칙으로 내세우며 여전히 가상자산 현물 ETF 등에 대해서는 사실상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선진 금융시장에서 관련 상품을 지속 출시하고 있고, 해당 상품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만큼 국내도 여기에 발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까지 가상자산 ETF를 새로운 먹거리로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여전히 투자자 보호를 우선 원칙으로 내세우면서 일각에서는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권 처장은"대한민국만큼 가상자산 거래가 편리한 나라는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들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현재 가상자산에 대한 특별한 의견(스탠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인 계좌와 2단계 입법, 상장 기준, 거래소에 대한 행위 규칙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