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 KDI, 1월 경제동향
소비자심리 1개월새 12.3p '뚝'
건설 투자 부진 흐름 지속될듯

트럼프 2기 출범과 탄핵정국 등 국내 정치상황이 맞물리면서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가 돌파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 심리가 크게 악화됐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이후 소비·기업 심리지수가 한 달 만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3개월에 걸쳐 서서히 하락했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시기와는 다른 양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1월 KDI 경제동향'을 발표하며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심리도 악화했다"고 밝혔다. 최근 정국 불안이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지만, 경제 심리 위축 등 경기 하방 위험은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계와 기업의 심리는 과거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위축됐다. 소비자심리지수의 경우 과거(탄핵사태 때는)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p) 하락한 반면, 최근 1개월 만에 12.3p 급락했다.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데다 소비자심리까지 위축되면서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KDI는 "상품소비는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한 모습이고, 서비스소비도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미약한 증가세를 나타낸다"며 "정국 불안의 영향으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에 비해 대폭 하락한 88.4를 기록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동행축제' 매출실적이 전년 대비 2700억원 이상 급감한 데서도 확인된다.

앞서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낮추고,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대해선 지난해 8.1%에서 올해 1.5% 증가에 그치면서 흑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설상가상 격으로 내수 부진이라는 어두운 터널에서 탈출하기가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전반에 대해 KDI는 "건설업을 중심으로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생산은 -12.9%로 큰 폭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부진이 지속됐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11.1%)의 높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자동차(-6.7%), 전자부품(-10.2%) 등이 감소하면서 증가폭이 축소됐다.

수출은 기존 상승세가 기저효과로 조정되는 모습이다. KDI는 "품목별로는 일평균 기준으로 ICT 품목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이를 제외한 품목은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감소했다"며 "미국 통상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수출 여건은 다소 악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확대되고 지정학적 긴장도 지속되는 등 경기 하방 위험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세종=송신용기자 ssysong@dt.co.kr



내수 침체로 한가한 서울 명동 거리. [연합뉴스]
내수 침체로 한가한 서울 명동 거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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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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